끝내 하늘도 울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예절이 진행된 19일 오후 명동성당 대성전.유리관에 임시로 안치됐던 김수환 추기경의 유해가 삼나무 관에 안치되기 직전 하늘에서 가늘게 눈비가 날렸다.

이날 입관예절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대신하는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오후 5시부터 약 20분간 진행됐다.
냉동 상태의 유리관에 있던 김 추기경의 시신은 반평생을 함께 한 추기경 반지,십자가와 함께 삼나무로 제작된 일반 관으로 옮겨졌다. 대성전 벽면에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정 추기경은 "세상을 떠난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입관 절차를 시작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김 추기경님이 천상에서도 주님의 자세로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당신품에 받아들여 영원한 안식과 성인들과 함께 부활하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한 뒤 관 주위를 돌며 성수를 뿌리고 분향했다. 사제단과 유족대표들도 성수를 뿌리며 분향했다.

짧은 기도가 끝난 후 사제들과 염습을 한 가톨릭 봉사단체 연령회원들이 십자가가 그려진 갈색 관을 덮자 유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이날 입관식은 성가,기도,성경낭독,성수 뿌리기,분향,고인을 위한 끝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대성전에 마련된 890석의 의자는 물론 통로까지 들어찬 조문객들은 숨을 죽인 채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성당 안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입관예절을 지켜본 조문객이나 성당 밖에 줄지어 선 추모객이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부터 빈소인 명동성당 대성전의 조문객 입장이 일시 중단됐다. 오후 4시20분부터 가톨릭 봉사단체인 연령회 소속 회원 4명이 비공개로 염습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염습은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힌 뒤 염포로 묶는 것을 말한다. 염습이 진행되는 동안 끊어질 듯 이어지는 눈비를 피하기 위해 대성전 밖에 기다리고 있던 신자들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흘러나왔다. 입관 예절이 끝난 후 재개된 조문은 이날 자정까지 이어졌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