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안산지청은 18일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을 대동하고 출근하던 정선군청 여직원 윤모(당시 23세) 씨를 납치, 살해한 뒤 시신 유기까지 범행 전반에 대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날 연갈색 수의와 흰색 마스크, 검은색 모자를 착용하고 정선군 주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강호순은 당시 2006년 9월 7일 오전 7시 50분께 출근 중이던 윤 씨를 자신의 무쏘 화물차량에 태우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했다.

당시 강은 윤 씨의 집에서 80여m 가량 떨어진 애산2교 입구에서 도보로 출근 중이던 윤 씨에게 "길을 알려달라"고 접근한 뒤 "군청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차량에 태웠다고 밝혔다.

이어 정선2교를 건넌 강은 군청으로 직진하지 않고 우회전해 800m 가량 주행한 후 "세워달라"며 반항하는 윤 씨를 제압, 양손을 결박하고 북평면 방면 42번 국도 인근 일명 '반점재' 정상 부근으로 이동했으며 경로추적을 피하기 위해 윤 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이후 강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정선군 동면 방면 59번 국도를 타고 덕우삼거리~오산교를 거쳐 30분 가량 차를 몰아 당일 오전 11시께 '북동재'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여기서 강은 차량 1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포장 옛 임도에 차를 세운 뒤 납치한 윤 씨와 5~6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 검증에서는 윤 씨를 살해한 장소로 확인된 북동재 인근에서 강은 윤 씨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폭행 여부에 대한 취재진을 질문에 수사기관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어 "왜 살해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대해 강은 "신고할 것이 두려워 망설이다 살해했고 2~3분가량 손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납치 11시간여 만인 오후 7시께 윤 씨를 살해한 강은 차량으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영월군 영월읍 일명 '삼옥재' 13번 군도 옆 동강변 절벽 아래에 시신을 유기했다.

특히 이날 강이 윤 씨를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이동한 고갯길은 지역 주민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로로 알려져 양봉을 했던 강이 밀원지를 찾아다니면서 이 곳에 대한 지리를 익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윤 씨 납치부터 살해까지 2시간여에 걸친 현장검증에는 윤 씨의 부친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나 딸을 잃은 충격에 넋이 나간 듯 눈물만 훔친 채 묵묵히 지켜봐 주위를 숙연케 했다.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이재현 기자 byh@yna.co.kr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