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한번도 죽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39)의 추가 범행 대상자로 밝혀진 윤모(여.당시 23세) 씨의 강원 정선군 정선읍 자택은 17일 오후 비통에 빠졌다.

시내에 있다 방송 속보를 보고 비보를 접했다는 윤 씨의 아버지(51)는 "어디에 반드시 살아있다고 믿었다"며 딸의 사망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 도 없다"며 딸의 방 책상 서랍에 그대로 놔두고 있던 지갑, 머리핀 등 소지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방에는 윤 씨의 어머니가 화장대에 엎드려 북받치는 견디기 힘든 슬픔을 소리없는 울음으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살해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온 윤 씨의 큰 엄마는 "처음부터 이렇게 관심을 보였으면 오늘과 같은 일도 없을 것"이라며 지난 3년 간 세상의 무관심에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

윤 씨의 집에는 이날 방학으로 남동생들이 있었지만 누나의 사망 소식 충격 때문인지 보이지 않았다.

"내일 이야기 하자"며 말문을 닫은 윤 씨의 아버지는 충혈된 눈동자는 거실 벽시계 옆에 걸려 있는 딸의 삼척대학교 졸업사진에 고정됐다.

5남1녀 가운데 둘째인 윤 씨는 2006년 9월 7일 오전 7시 50분께 정선군 정선읍에서 정선군청으로 출근하던 중 강호순에 의해 승용차로 납치돼 같은 날 오후 7시께 목이 졸려 살해됐다.

(정선연합뉴스) 유형재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