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 권리보호 실태조사 결과..`인권침해' 소지

"환자에겐 자신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법률로 정해진 환자의 권리를 잘 모르고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인권을 침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울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 작년 10∼11월 서울의 한 3차 의료기관 방문 환자와 인터넷 환자카페 회원 등 318명을 설문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8%는 `진료받을 권리'가 법으로 보장돼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가운데 진료받을 권리는 `환자가 진료를 요구했을 때 의료인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다'를 의미한다.

병명이나 치료 및 수술 계획과 내용, 비용 등을 이해할 때까지 설명받을 수 있는 권리를 몰랐던 응답자도 32%나 됐으며, 자신에 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사본을 신청해서 받을 수 있는 정보열람권에 대해서는 28%가 알지 못했다.

또 의료행위동의권과 사생활보장권, 비밀보장권을 모르는 경우도 각각 22%, 20%, 18%로 나타났다.

권리 침해 경험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꼴(39%)로 `있다'고 답했으며, 침해받은 권리를 묻자(복수응답) 설명받을 권리가 82%로 가장 많았고 사생활보장권(35%), 의료행위동의권(34%), 정보열람권(27%) 등의 순이었다.

권리 보장을 위해 시급한 대책 10가지 중에서는 `법제도적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확대'(3.69), `의료인 1인당 환자수 축소를 위한 제도 개선'(4.10), `행정기관의 지도, 감독 체계 개선'(4.75), `권리 침해 의료기관 처벌 강화'(5.02) 등의 순으로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한편 인권위가 이와 별도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의사들도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특히 일부 권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의사단체 회원 98명에 대해 전자우편으로 설문한 결과 `설명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는 12%에 달했고, 의료행위동의권이나 사생활보장권의 법적 보장에 대해서도 각각 9%, 5%가 알지 못했다.

의사들은 또 보장하기 어려운 환자의 권리를 순위로 매기라고 하자 의료행위동의권(2.47)을 가장 높게 꼽았고, 이어 설명받을 권리(2.64), 정보열람권(3.08)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늘 오후 인권위 배움터에서 이번 실태조사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가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보장 체계를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권 보장 수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