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안신권 교사는 16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연 '북한이탈학생 교육 민간단체 성과 보고회'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안 교사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관심이 늘 '최고 권력자'에게 있으며, 권력의 견제와 감시에 기반한 삼권분립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못하기" 때문에 행정부보다 국회를 더 높이 친다는 것.

또 주로 선정적인 TV를 통해 남한 문화를 접하는 탈북청소년들은 수업중 대중문화에 대해 언급할 때면 열에 한둘은 꼭 "선생님, 여기 사람들은 전부 바람 피우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으면 "드라마를 보면 다 부인 말고 다른 여자 만나고, 남편 말고 다른 남자 만나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이 세미나에선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기숙형.통학형 대안학교, 그룹홈, 방과후 공부방 및 계절형 대안학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교사와 활동가들 200명 가까이 모여 서로 경험담을 나누면서 시행착오도 공유했다.

탈북 청소년 대상 기숙학교인 한꿈학교의 김성원 교사는 진로지도에서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탈북 학생들은 남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문대 진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매스컴에서 들어보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자본주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경영학과 진학이 필수적이라 생각해 다른 학과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또 자신의 수학능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진학했다가 실제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하거나 중도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사는 보완책으로 "적성 탐색과 자격증 취득을 돕고 취업 준비와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도록 대학 진학 정보,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박람회를 개최해 탈북학생들이 다방면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여명학교의 안 교사는 "처음엔 '차라리 일반학교처럼 나에게 신경을 쓰지 말아달라'며 거부하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지도하니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곧 사랑이고 교육"이라고 지적하고 "세심한 교육적 돌봄이야말로 일반 학교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북한이탈 청소년에게는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교육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2001년부터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살면서 '우리집'이라는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마석훈 대표는 "아이들을 일반학교에 보내 남한 사회와 직접 부딪히며 소풍과 수학여행도 같이 가면서 기억을 공유토록 하고 있다"고 교육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또 "적절한 시기에 선생님의 도움으로 북한 출신이라고 '커밍 아웃'하도록 도와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말없고 공부 못하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 찍혀 학업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신상호 사무관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학력 인정과 학교설립 규정을 올해 내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