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졸 초임을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기업들에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보낼 방침이다. 그러기에 앞서 삭감 방침을 밝힌 이철휘 캠코(자산관리공사) 사장과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철휘 캠코 사장 "신입연봉 日보다 높아 … 말이 안된다"

"국내 금융회사와 대기업의 대졸 초임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입니다. "

이철휘 캠코 사장은 16일 "한국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높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국의 고임금 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금융회사의 대졸 초임 연봉이 250만엔 수준으로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3800만원.국내 은행의 평균 대졸 초임 4300만원보다 500만원이나 적다. 이 사장은 "최근 2~3년 전의 환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일본 은행의 대졸 1년차 사원 월 급여는 170만원 안팎으로 당시 국내 은행 직원 월급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캠코가 정부의 공공기관 신입 직원 연봉 삭감 방침에 앞서 자체적으로 대졸 초임을 30% 줄여 신입 직원 채용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계의 대졸 초임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61%,일본은 135%인 데 비해 한국은 207%로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사장은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조성된 거품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지금은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는 때인 만큼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용해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급여 수준을 낮추더라도 그만큼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져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는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다시 고용 확대로 이어져 사회 구성원 전체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재 주택금융公 사장 "공공부문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급여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최고경영자(CEO)가 결단해 노조와 직원들을 설득해야 가능합니다. "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을 다 함께 이겨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정부의 강제에 앞서 공공부문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최근 대졸 초임을 30% 줄여 청년 인턴을 채용하고 금융권 조기 퇴직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사장은 "청년 인턴의 경우 인턴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이들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흡수하되,이들의 대졸 초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채용을 늘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턴이 사실상 정규직의 전 단계인 만큼 '고급 알바생'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업무 활용도를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기존 급여체계를 손대지 않고 대졸 초임을 줄일 경우 발생하는 직원들 간 임금 형평성 문제는 연차적으로 급여 차이를 줄여 나가는 형태로 풀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년차 때는 총 급여의 20%를,3년차 때는 10%로 격차를 줄임으로써 1년차 직원들과의 급여 형평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금융회사에서 퇴직한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연금상담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 사장은 노조 문제와 관련,"노조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임금 삭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면서 "완전 합의는 아니지만 사회적 어려움을 나누자는 차원에서 설득하고 협조를 통해 동의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