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부 "며칠 전부터 이상한 소리"

15일 사망 3명을 포함해 1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판교신도시 내 SK케미칼연구소 터파기 현장에서는 며칠 전부터 붕괴 조짐이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져 시공사 측이 안전관리 부실 시비에 휘말렸다.

사고현장에서 다친 A씨는 "며칠 전부터 '(사고가 난) 벽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말이 나돌았다"면서 시공사 측이 미리 위험을 감지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부상자 B씨는 "H빔 위에서 크레인 유도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관리책임자가 작업중단을 지시해 이동하던 도중 굉음과 함께 H빔이 무너져 함께 떨어졌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붕괴된 북쪽 흙막이벽과 함께 바로 옆 6차선 신설 도로의 폭 3∼4m 인도가 15m 가량 무너져 내린 것과 관련, 현장 주변에서는 "터파기 공사는 한 달 전 끝났다.

그런데 옆에 도로를 내면서 1∼1.5m 깊이로 매설한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 지반이 약화된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도로공사를 시행한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해 보니 상수도관은 파손되지 않았으며, 상수도관에 이어진 소화전이 붕괴로 이탈해 물이 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건설 측과 터파기 공사에 대해 협의하면서 흙막이벽 앞에 `물 차단용' 콘크리트벽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차수벽 설치가 강제적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성남 지역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 비교적 많은 35.5㎜의 비가 내렸고 15일 새벽에도 1㎜의 비가 왔다.

게다가 13∼14일 이틀간 이 지역 낮 최고기온이 영상 13도까지 치솟아 겨우내 얼어 붙었던 지반의 해빙이 부분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공사인 SK건설은 12일 사고가 난 흙막이벽에 대해 붕괴위험을 미리 알아 보는 `경사도 계측' 작업을 했으나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사도 계측 바로 다음날 많은 비가 왔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한 것은 안전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경찰은 일단 지반 약화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시공사의 현장 책임자와 부상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공사와 안전조치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한 뒤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터파기 공사 현장에는 원래 37명의 인부가 투입됐으나 다행히 26명은 사고가 날 때 현장을 벗어나 있어 화를 면했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심언철 김동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