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기한 수형생활로 참회하라"

처자식을 참혹하게 살해하고 일본에서 9년 가까이 도피행각을 벌였던 전직 대학교수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상철 부장판사)는 13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46) 전 교수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7천80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혼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아내는 물론 여섯 살에 불과한 아들마저 살해하고 불을 질러 시신까지 손괴했다.

일본 출국 뒤 다시 귀국해 대학원생을 이용해 도피자금을 빼돌린 행위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고 일본에서 불법체류자로 체포됐을 때 살인 범행을 자발적으로 진술한 점, 8년9개월간의 도피생활로 고통을 겪었고 죄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무기한 수형생활로 참회할 기회를 부여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배씨 도피를 도와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내연녀 박모(40)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서는 도피자금을 빼돌리는 법을 배씨에게 제안하고 거처를 제공하는 등 죄가 무겁다고 인정한다면서도 "배씨와 혼인을 약속한 사이에 자수를 강하게 권유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배씨는 1999년 12월31일 오전 7시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자신의 집에서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내 박모(당시 32)씨와 심하게 다투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아들 또한 머리에 비닐봉지를 둘러씌워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을 숨기려 시신 위에 이불을 덮고 식용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연구원이던 내연녀 박씨와 함께 8년9개월간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도피생활을 하다 불법체류 사실과 함께 범행이 밝혀져 지난해 10월 송환됐다.

검찰은 앞서 열린 공판에서 배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