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작지만 도시 학교 부럽지 않아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연풍중학교(교장 류경순)는 문경새재 부근 산골 농촌 마을에 있는 조그만 학교다.

1∼3학년 전교생이래 봐야 60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는 13일 제53회 졸업식에서 졸업생 20명에게 각각 10∼20만원씩 모두 275만원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데 쓰라고 돈을 주는 것이다.

졸업생 뿐만 아니라 재학생에게도 장학금을 듬뿍 안겨준다.

16일 종업식에서는 1, 2학년 학생 40여명 중 30명가량을 뽑아 장학금 300여 만원을 나눠 주기로 했다.

이 학교가 이처럼 장학금을 많이 줄 수 있는 것은 지역 기관.단체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 적은 학생 수에 비해 많기 때문.
군자농협과 의용소방대, 연풍연우회, 연풍청년회, 연풍중앙교회, 농업경영인연합회, 수안보신협 등 면내 각 기관.단체가 장학금을 내고 있다.

2000년 9월 학생 16명에게 장학금 265만원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두 차례씩 1천만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이 학교 3회 졸업생인 고 윤의중 씨의 유지에 따라 미망인 김진선 여사 등 유가족이 1억5천만원을 들여 의중장학회를 만들었고 올해부터 그 이자로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또 의중장학회 위원들도 최근 개인 돈을 모아 장학금 80만원을 학교에 기탁했고, 연풍중학교는 이중 70만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 3명에게 나눠줬다.

`곳간'이 풍성해진 덕분에 장학금을 주는 명목도 늘어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기말고사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됐거나 효와 선행을 실천하며 예의범절이 바른 학생,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 야간자율학습에 성실히 참여한 학생,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한 학기에 10∼50만원을 나눠 주고 있다.

덕분에 가능한 학생도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꿈과 희망을 품게 됐고, 예.체능에 흥미를 갖는 학생도 생겨났다.

학생 수가 줄어들며 날로 열악해지는 농촌 학교의 교육 환경을 지키고, 인재를 키우려는 학교 동문과 학부모, 지역 기관.단체의 따뜻한 열정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이다.

13일 졸업하는 남소영(16) 양은 "비록 농촌에 있는 소규모 학교지만 도시 학교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며 "먼 훗날 성공하고 나서 모교에 다시 장학금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괴산연합뉴스) 민웅기 기자 wki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