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1만6천 對 안전요원 400'.."돌발상황에 속수무책"

정월대보름인 9일 경남 창녕군 화왕산에서 열린 억새태우기 행사중 발생한 사고는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4명이 숨지거나 52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이번 대형사고는 불과 20~30여분 동안 화왕산 정상 18만여㎡의 억새 평원을 태우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무엇보다 불타는 억새평원과 이를 구경하는 등산객 사이의 간격을 너무 좁게 했기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행사를 주최한 창녕군측은 억새평원과 등산객과의 간격인 방화선을 30~50m 정도로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에서처럼 갑작스런 역풍이나 돌풍이 발생했을때 등산객들은 겉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일부 등산객은 방화선이 10m도 안된 곳도 있었다고 전해 주최 측이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억새태우기의 특성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는 허술함도 노출했다.

또 방화선을 사전에 구축하는 안전요원도 공무원과 경찰 등을 합쳐 400여명에 불과해 1만5천명이 넘는 등산객의 안전을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은 사고가 났을 당시 산 정상에는 행정공무원 48명, 소방공무원 20명, 경찰관 46명 등 114명이 있었다고 밝혀 전체 안전요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방화선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 상당수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산 정상 10여m 아래 절벽으로 떨어지거나 불길에 휩싸이면서 변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최모(45) 씨는 "억새에 불을 붙이자마자 불길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 번졌다"고 급박했던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후 김충식 창녕군수 등 축제 책임자가 산 정상에 곧바로 재난상황실을 설치하고 사고수습에 나섰다고 창녕군은 밝히고 있으나 등산객들은 자욱한 연기 속에 산 정상의 좁은 길을 손전등과 사람 인기척에 의해 간신히 이동했다고 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산 정상의 사고본부와 산 아래의 상황실 사이에 원활한 협조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등산객이나 가족 등이 문의할 경우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6년여전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에 참석했던 장모 씨는 "사람이 많이 모인데다 피할 곳도 없는 좁은 장소에 불을 붙이는 것 자체가 예고된 사고"라며 "산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의 인원도 제한하지 않아 이번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서로 빠져나가려다 또다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녕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