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용산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지자 일선 경찰관들은 9일 몹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검찰이 이날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과 김 청장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던 터라 밤늦게 느닷없는 사퇴설을 접한 경찰 내부에서는 술렁거리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방배경찰서의 한 경찰관(경위)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하루빨리 상황이 정리되길 바랐는데 유감"이라며 "이번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혜화경찰서의 한 경찰관(경사)은 "검찰에서 혐의 없다고 했는데 김 청장이 책임질 일을 한 건 없지 않으냐"며 "이런 걸로 옷 벗고 하면 버틸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북경찰서의 한 경찰관(경위)은 "경찰이 봉인데 어쩔 수 있겠느냐.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전국의 어느 경찰이 목숨 바쳐 국민에게 서비스할 생각을 하겠느냐. 사기가 충천해도 모자를 판에 자꾸 저하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찰 과오를 (검찰이)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수장이라는 사람이 사퇴한다니 실망스럽고 힘이 빠진다"며 "끝까지 갔으면 했고 청와대에서 김 청장을 끝까지 밀어줬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의 한 경찰관(경위)은 "`용산 참사' 때문에 청장에게 사퇴하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고 지휘하겠는가"라며 "김 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면 당분간 인사에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혜화서의 다른 경찰관도 "이렇게 되면 소신 있게 일을 못한다.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일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참사가 난거고 그 사람들을 죽이러 들어간 것도 아닌데 결과가 나쁘게 나와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낙마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성동경찰서의 한 경위는 "치우침이 없고 공정한 분이었다.

수서경찰서장 시절부터 경찰 조직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분"이라며 "일을 더하고 가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은) 다 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