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는 조마조마하다. 대학교 때 캠퍼스 커플이야 들키면 그저 웃고 지나가면 되지만 사내연애는 다르다.

일단 주변에 눈치가 보인다. 자칫하면 기껏 받은 보직을 날리고 한직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사내연애로 결혼했다가 한 쪽의 퇴사를 종용당했다는 '괴담'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 그렇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의 1순위로는 사내커플이 올랐다. "둘이 버는 만큼 한 사람이 그만둬도 될 것"이라는 인정론에 호소한 결과였다.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이 보는 사내연애는 어떨까. 정답은 '생각보다 곱지 않다'. 한 삼성 계열사 인사팀장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내연애 ·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지만 장려하지도 않는다"며 "당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주변 동료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는 공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중소기업에서는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더 강하다. 중소기업 K사 인사담당자는 "대기업과 달리 죽으나 사나 한 건물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우리는 솔직히 사내 커플이 부담스럽다"며 "대체로 여자 쪽에서 퇴사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사내연애와 결혼을 자연스런 추세로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사내연애 · 결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업무 수행능력과 성과만 뛰어나다면 굳이 사내연애를 한다고 회사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사내커플이 많기로 유명한 은행도 비슷한 추세다. 은행에는 지금도 '대체방'이 많다. 대체방은 은행 내 계정처리를 '대체'로 부르는 데서 나온 말로 사내 커플을 뜻한다. 한때 은행 대체방은 결혼에 성공할 경우 한 명이 그만두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특히 은행은 지점이 산재해 있어 얼굴을 부딪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은행들도 대체방에 대해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면 대체방이 1순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이들의 최근 고민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