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와 관련, 검찰은 9일 농성자 20명과 용역직원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각종 증거와 동영상 분석을 통해 참사로 만든 화재원인과 발화지점을 밝혀냈고 경찰의 과잉진압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또 전국철거민연합가 점거농성에 개입한 반면, 참사 당일인 20일 경찰 진압작전에 용역업체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이 화인(火因) = 검찰은 발화 원인으로 남일당 빌딩 옥상 망루에 있던 농성자 중 `누군가가 던진 화염병'을 꼽았다.

망루 4층 계단 부근에서 망루를 해체하는 경찰을 향해 시너를 대량 쏟아부은 후 망루 4층에 있던 농성자가 망루에 진입한 특공대를 향해 화염병을 아래로 투척하면서 불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20일 오전 7시19분께 망루 4층에서 농성자 일부가 통을 들고 망루의 벌어진 함석틈으로 인화물질을 투기하는 동영상 장면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1분 후인 7시20분께 망루 좌측 4층 창문을 통해 화염병 불꽃으로 보이는 불빛이 포착됐으며, 이로 인해 약 3초 후 이보다 더 큰 불꽃이 보이고 곧바로 화염이 일어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촬영한 이런 동영상 장면이 인터넷 방송인 사자후TV의 그것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참사 당시 망루 내부에 시너와 유사휘발유 등 인화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비축된 인화물질 양도 상당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결국 망루 화재가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이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 그로 인해 망루가 전소돼 6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러나 발화 원인이 된 화염병을 농성자 중 누가 던졌는지에 대해 수사 막바지까지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특정하지는 못했다.

◇ 발화지점은 망루 3층 = 검찰은 첫 발화지점이 망루 3층이라고 확정했다.

발화지점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고 국과수도 화재 감식 결과 망루가 화재 당시 고열로 완전 붕괴해 특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검찰 역시 수사 중반 때까지만 해도 그동안 수집한 동영상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1층에서 최초 발화가 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특공대가 망루에 두 번째로 진입하는 순간 위층에 있던 농성자들이 시너가 괴어 있던 1층으로 화염병을 던졌고 이 화염병이 같은 층에 비축된 시너통 등 인화물질로 옮아붙은 뒤 3층의 시너통까지 번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화지점이 1층이라면 화염병이 3, 4층에서 지그재그식으로 나있는 계단을 따라 1층까지 굴러갔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경찰과 사자후TV 등의 동영상을 분석, 화재 발생 1분 전 망루 4층 창문을 통해 화염병 불꽃으로 보이는 불빛이 포착됐으며 3초 후 망루 좌측 3층 창문을 통해 조금 큰 불꽃이 보이고 곧바로 화염이 일어났다고 결론냈다.

망루 4층에 있던 농성자가 특공대를 막기 위해 화염병을 아래로 투척, 3층 계단부근에 화염병이 떨어져 발화됐다는 것이다.

이어 불은 3,4층에서 크게 번진 뒤 화염병이 터져 발화한 불꽃이 계단과 벽면에 묻어 있던 다량의 시너에 옮겨 붙고 계속해 불똥이 1층으로 흘러내려 바닥 등에 있던 시너에 번지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경찰 진압 준비 미숙…처벌 안돼 = 검찰은 지난달 20일 사고 발생 당일 경찰의 진압이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미숙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작전을 위한 준비가 당초 작전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일부 있지만, 이러한 점들이 화재 및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도로에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모습들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화염병 등이 소진되기를 기다릴 경우 더 큰 공공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찰특공대를 방염복과 진압봉, 휴대용 소화기 등 최소한의 진압장비만 갖춘 상태로 조기 투입한 조치가 불합리한 위법한 조치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만일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시기를 놓쳐 시민의 피해가 확산되었다면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화재발생 및 사망이 `농성자의 시너 투기 + 화염병 투척'이라는 제3자의 독립적 행위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경찰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했고, 특공대의 진압작전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철연 관여…용역업체 동원 안돼 = 검찰은 이번 점거농성에 전국철거민연합회가 관여돼 있지만 경찰의 진압작전에 용역직원은 동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11월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상가세입자 439세대 중 보상에 반발하는 86세대가 용산세입자대책위를 구성, 2008년 2월 전철연에 가입했으나 대부분 세입자들이 전철연을 탈퇴하고 26세대가 남아 용산4구역 상공 철거대책위원회(용산철대위)를 조직했다.

이 중 농성에 참여한 인원은 26세대 중 10세대 10여명에 불과했으며, 이들은 용산철대위 이충연 위원장 주도로 망루 제작 점거농성을 모의하고, 회원 6명이 갹출한 6천만원을 관리하면서 2009년 1월 초순부터 망루제작에 필요한 자재와 시너, 화염병, 새총 모양 발사대 등 시위용품을 준비했다.

사고발생 당시 남일당 건물 내에 있었던 30여명의 농성자들 중에서 상당수가 전철연 소속이며, 구속자 6명 중 4명이 전철연 소속이라는 점도 전철연이 이번 농성에 관여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인천 도화상공철대위 사무실 부근 공터에서 전철연 남경남 의장 주도 하에 이충연 등 용산철대위 회원들에게 망루제작방법을 교육하고, 화염병 400여개, 염산병 40여개 제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세입자들이 보상비 증액보다는 재건축 기간 중 임시상가와 재건축 후 상가분양권을 쟁취하는데 동의했을 뿐 용산철대위에서 전철연 측으로 넘어간 금전은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의 용역직원 동원 의혹에 대해서 검찰은 20일 새벽 6시30분께 경찰이 진압작전을 개시한 이후에 용역회사 직원이 참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촬영된 동영상 등에 의하면, 건물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농성자들이 설치한 쇠파이프 장애물을 제거한 것은 특공대원이며 용역업체 직원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MBC PD 수첩 보도에 나오는 `POLICIA' 방패를 들고 진압 경찰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촬영된 3명은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세입자들로 밝혀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