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엄두도 못내예.마실 물도 모자라는 판인데예…."

8일 경남 거창군 덕산면 산수리 학현마을에서 만난 김모씨(64)는 "내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비가 와도 고양이 세수할 정도만 하고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마을 위 산쪽으로 100m쯤 걸어 올라가보니 마을 공동 물탱크 주위에서 급수작업이 한창이었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1t짜리 트럭에 물을 싣고와 옮기고 있었다. 1970년대 볼 수 있었던 '소방차 급수'가 다시 등장한 것.이 마을 15가구 30여명의 주민들이 물 배급으로 생활에 큰 고통을 겪게 된 것은 한 달 전부터다.

북산면 사무소 직원인 정연조씨(52)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물 배달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자주와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마을을 내려와 차를 타고 거창에서 합천 쪽으로 개울을 끼고 국도를 달려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느 곳이든 물이 말라 땅이 흔히 내다보인다. 수량이 괜찮았던 합천댐 위쪽 개울은 대부분 말라버려 풀들이 자라고 있다.

함양 등 덕유산 자락 마을도 가뭄이 심각하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차량을 동원해 물을 퍼나르고 있지만 한창 생육기에 있는 양파,마늘 등은 이미 말라죽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소형저수지는 아예 바닥이 말라버린 곳이 대부분이다. 김종윤 거창군 재난안전관리과장은 "합천댐 상류인 봉산교 아래 개울은 물이 없었던 적이 없는데 올 들어 바닥에 흙만 보인다"며 "4~5월 농사 때 물대기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