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실시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와 관련,시내 고등학교에 백지답안지 제출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해 성적을 다시 산출하라고 지시했다.

시교육청이 이처럼 성적을 재조사토록 한 것은 당시 일제고사 거부운동을 조직적으로 이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영향으로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답안지를 백지로 제출,성적 통계상 오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6일 서울시내 고교 교장들을 소집,회의를 갖고 백지답안지 등의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감안해 일제고사 성적을 다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시교육청의 박수화 중등교육정책과 학업평가관리담당 장학사는 "백지 답안지,하나의 답변으로 일관된 답안지 등 누가 봐도 명백하게 틀린 결과까지 포함하면 성적통계를 낼 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장들에게 이 같은 통계적 오류를 감안한 정확한 결과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한 고교의 경우 이번 일제고사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서울시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어 영역에서 기초미달자(100점 만점에 20점 미만)는 평균 8%지만 이 학교의 경우 78%에 달했다. 한 고교 교장은 "이 학교의 경우 백지답안지 제출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2007년까지 5%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렀지만 지난해부터 보다 정확한 학력평가를 위해 전국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의 조직적인 일제고사 거부운동 때문에 이처럼 왜곡된 성적 통계 결과가 나올 경우 정확한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모임(학사모) 대표는 "전교조 의 조직적 거부운동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일제고사의 긍정적인 시행취지마저 훼손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전교조 서울지부는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오는 3월 일제고사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