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이 연임 포기의사를 밝힘에 따라 차기 회장직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 안팎에서 신임을 얻어온 이 회장은 당초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돼 왔다. 관료 출신이지만 협회를 무난하게 이끌어 경제계 평가가 좋은 편이었던 데다,남덕우 · 구평회 · 김재철 전임자들이 연임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연임 포기로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재계 단체장들의 연임 여부도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출 드라이브 걸 적임자 누굴까

무역협회는 이 회장이 연임을 고사함에 따라 오는 24일 정기총회 전까지 내부 절충을 거쳐 신임 회장을 추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연임 포기의사를 워낙 전격적으로 전달,마땅한 후임자는 아직 떠오르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포기와 관련,'외풍'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회장의 업무 수행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정부 내의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이 회장의 연임 포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후임은 업계에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18명의 기업인 출신 부회장단 가운데 류진 풍산 회장,구본준 LG상사 부회장,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될 경우엔 경쟁력강화위원장을 지낸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희범 회장의 유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수출 드라이브를 다시 걸어야 할 중요한 상황에서 강력한 업무 추진능력을 보여준 이 회장을 대신할 적임자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재임기간 중 전국 중소기업들의 수출현장 규제 개선과 협회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전경련 · 대한상의 유임 가능성 높아

역시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적 재계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단체장들은 현 정부 들어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로 주목 받으며 위상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은 모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나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제단체장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2월 중도 퇴임한 강신호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해온 조 회장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경련은 오는 11일 이사회와 19일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 회장이 무난하게 업무를 이끌어 온데다 후임자로 거론되는 재계인사도 없는 상태여서 재추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도 재계 의견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등 리더십에 대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추대가 확정적인 분위기다. 이재현 CJ 회장의 외삼촌으로 CJ그룹 공동회장직도 맡고 있는 손 회장은 재계는 물론 정 · 관계 등에 인맥이 탄탄하다.

김동민/송형석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