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정원 논문 "인명침해 범죄만 사형제 적용해야"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검거되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따로 있다.

바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형수 58명이다.

11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흉악범죄'가 터지면 사형제 존폐론으로 여론이 시끌시끌해지는데 법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이 명령하면 언제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11년 만에 사형집행을 재개하는 것은 정치ㆍ사회적 부담이 크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딜레마'라서 일단 사형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박사는 5일 내놓은 `사형 대상 범죄의 합리적인 축소 방안' 연구결과에서 보고서 제목 그대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대상을 `인명침해'를 야기한 범죄 등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뜻 살인을 했을 때만 사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형법ㆍ군형법뿐만 아니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한국조폐공사법, 항공법, 원자력법 등 모두 21개 법률, 113개 조항이 사형을 최고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형 선고 때 `인명침해'를 요건으로 하는 범죄는 9개 법률, 26개 조항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정 식품이나 부정 의약품 제조, 항공기 손괴, 반국가단체 구성, 폭발물 사용, 부정선거 주도 행위 등 인명침해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강 박사는 인명침해를 요건으로 하는 사형 대상 범죄 대부분 `미수범'에 대해서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규정한 점과 군형법상 반란수괴죄, 군용물탈취 수괴죄 등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범죄자의 생명 박탈'을 본질로 하는 사형의 특성상 그 대상 범죄도 생명침해 또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범죄로 한정하고 군기강 확립을 위해서나 위조 통화 및 마약 유통을 막으려 사형을 규정한 경우 등은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계에서는 사형 판결의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법원 전원재판부의 절대다수가 찬성할 때만 사형을 선고하거나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나 자백이 없으면 사형 선고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강 박사는 소개했다.

이밖에 강 박사는 사형 확정 판결을 했더라도 3∼7년 등 유예기간을 두고 사형집행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무기형으로 감형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사형 집행 때도 신체 외관이 손상하지 않도록 독극물주사나 가스, 전기를 이용한 사형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