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은 춥고 건조한 겨울이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여름에는 땀에 의한 자극으로 피부가 다소 붉어지는 정도에 그치고 심하게 가렵지 않아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반면 겨울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워 자꾸 긁게 되고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심할 때는 진물이 난다. 더욱이 어린이들은 가려움을 참지 못해 피가 날 정도로 긁어서 피부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한방에서의 아토피 치료는 환자의 체질과 증상의 유형을 나누고 이에 따라 차별화된 치료를 하는 게 양방과 다르다.

크게는 건조하고 가려움증이 심한 혈허풍조형(血虛風燥型)과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면서 가려우며 진물이 나는 습열형(濕熱型)으로 나눈다. 단순화하긴 어려우나 혈허풍조형은 건조한 겨울에,습열형은 무더운 여름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인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안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한한의학회지에 '청열이습탕(淸熱利濕湯)과 황백(黃柏) 외용 습포제를 사용해 습열형 아토피성 피부염 어린이를 4주간 치료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명의 아토피 어린이들의 SCORAD(아토피성 피부염 점수)와 사진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시작 전,1주 후,2주 후,4주 후의 개선효과를 평가한 결과 모든 어린이가 의학적으로 의미있게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피부의 홍반,부종,염증성 액체 분비(삼출),비늘처럼 딱지가 짐(인설),꼬끼리 피부처럼 거칠고 딱딱해짐(태선화),건조감 등의 객관적 지표와 가려움 및 수면장애의 정도 같은 주관적 지표가 골고루 나아졌다. 양방의 평가기준을 적용해도 한방의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가 합격점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한약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간 수치(GOT,GPT)나 혈중요소질소(BUN),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도 이렇다할 변화가 없어 간과 신장에 독성을 띠지 않고 안전했다.

특히 이들 환자는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와 양약 없이도 아토피피부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청열이습탕을 구성하는 차전자 목통 나복자(말린 무씨) 활석 감초 초용담 생지황 황금 택사 토복령 사삼 등은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며 습기를 말리고 기운을 북돋아 아토피 체질을 개선하고 황백 외용제는 항균 항염 진정 효과가 우수해 피부의 염증과 진물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 심해지는 혈허풍조형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사물탕이나 육미지황탕을 기본으로 체질에 따라 약재를 가감 처방하면 체내의 진액이 보충되고 피부가 습윤해지는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일관되지 않은 정보로 부모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며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우선 아토피에 전혀 비누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청결한 피부와 보습을 위해 적절한 세안이 필요하다. 비누는 중성이나 약산성이 바람직하며 알칼리성은 나쁘다. 목욕 또는 세안 후 충분히 비눗물을 헹구는게 매우 중요하다. 쌀뜨물이나 쌀겨팩은 보습과 각질 제거 효과가 있어 유익하다.

우유 계란 생선 땅콩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다. 보통 3세 이하에서 이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섭취를 금하되 그렇지 않으면 골고루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육류는 담백하게 삶아 먹는 게 권장되며 튀김 등 기름기만 많지 않으면 괜찮다. 클로렐라는 체내 중금속을 낮추어 아토피를 호전시킨다는 얘기가 있으나 아토피와 중금속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한창 인기인 목초액의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예부터 피부질환에 써서 효과가 있었다는 경험에 근거할 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아직 없다.

나무 종류에 따라 자극성이 있는 물질이 추출될 수 있고 이를 바르면 피부가 더욱 민감해지므로 유의한다. 특히 목초액에 의한 치료효과인지 확인하려면 다른 약제의 사용을 일시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 알로에 성분에는 독소가 있으므로 정제되지 않은 알로에를 바르면 오히려 피부에 독이 될 수 있다. 죽염을 탄 물에 샤워를 하면 소염 및 살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환부에 소금물이 닿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오히려 염분 때문에 피부건조증이 심해지고 피부보호막이 손상돼 2차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