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주상용 대구지방경찰청장(57 · 간부후보 26기 · 경북 울진)을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급 직위 4곳에 대한 승진 인사를 내정 발령했다. 경찰청 차장에는 이길범 경찰청 경비국장(55 · 간부후보 29기 · 전남 순천),경기지방경찰청장에는 조현오 부산지방경찰청장(54 · 외시 15회 · 부산),경찰대학장에는 김정식 경찰청 정보국장(54 · 행시 30회 · 충남 예산)이 내정됐다.

정부의 이날 인사는 경찰내부에서조차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용산참사와 관련,진압의 적정성 등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가 안갯속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이번 인사와 김 내정자 거취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치안정감급 인사는 어청수 청장의 퇴임에 따른 조치"라면서 "경찰의 지휘공백을 막고 빨리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해 조직을 안정시킴으로써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안팎에서는 '김석기 체제'를 밀어붙이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한 경찰 간부는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의 또 다른 간부는 "경찰청장이 내정된 상태에서 후속인사가 난 것은 경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기에 인사를 단행한 만큼 또다시 인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3급인 경무관급 이상 고위 간부의 임용과 보직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고유권한인 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의 진퇴 여부를 가를 검찰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화재의 원인이나 경찰의 진압 방식 등에서 경찰을 비롯해 김 내정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내정자는 또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가장 맞는 인물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검찰의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경찰청장에 김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TK(대구 · 경북) 출신에다 강성으로 알려진 주상용 대구청장이 내정된 것은 김 내정자가 낙마했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만에 하나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 등의 형식으로 물러날 경우 이번에 승진된 치안정감 가운데 한 명이 또다시 한 단계 승진해 치안총감(경찰청장)이 된다. 임재식 경찰청 차장과 한진희 경찰대학장,김도식 경기경찰청장은 명예퇴직으로 사표가 수리된 이상 현직 복귀는 불가능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