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위 외교관이 한국 역사 속에서 사실상 현대적 의미의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인물들을 찾아내 그들의 생애와 활약상을 조명한 책을 엮어냈다.

권태면 주미대사관 총영사는 삼국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활동했던 김춘추,이승만 등 17명의 외교관을 한데 모은 '우리 역사 속의 외교관'(초록낙타)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권 총영사는 책 서문에서 근대적 의미의 한국 외교역사가 매우 짧은 탓에 현직 외교관들이 배울 만한 '역할 모델'이 없음을 지적하고,한국형 외교를 익히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속의 협상가,외교가,관료,민간 외교관을 추리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책 출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우리의 문제를 따져보는 데 있어서 다른 지역의 외교사는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이 글은 그러한 생각에서 우리 역사 속에서 찾아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제를 치기 위해 '호랑이 굴' 고구려에 들어가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은 신라 김춘추,삼국통일을 견인한 나당외교의 선봉장 김인문,당나라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 외교문서 '답(答) 설인귀 서'로 신라의 자존심을 지켰던 강수 등이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외교관으로 등장한다.

조선통신사였던 황윤길과 김성일은 현대의 외교관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례로 소개된다. 권 총영사는 일본의 한반도 침략 가능성을 놓고 상반된 전망을 내놨던 황윤길과 김성일의 사례에 대해 "정확히 보고 듣고,선입견에 치우치지 않고 날카롭게 판단을 내리는 것,그것이 외교관의 자질"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이 책에는 볼모 신분의 외교관 소현세자,최초의 주미대사 박정양,중도개혁 외교를 주장한 김홍집,매국의 외교관 이완용,자주외교 주창자 유길준,미국 땅의 민간 외교관 서재필,망명 외교관 이승만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권 총영사는 "이 책은 위인을 기다리며 쓴 것"이라고 밝혀 역사 속 외교관에게 한국 외교의 나아길 길을 묻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권 총영사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수석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외교부 공보과장,북한과장,주유엔대표부 참사관,주폴란드 대사관 공사,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신포건설현장 대표,통일부 외교자문관 등을 지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