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셀프(self) 주유소'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기름값을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알뜰 운전족을 겨냥해 정유사들이 셀프 주유소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운영하는 셀프 주유소는 전국에 걸쳐 93개로 집계됐다. 2007년 말 32개에서 1년여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유사들은 외환위기 전후인 1990년대 후반 셀프 주유소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차에서 내려 결제한 뒤 주유기를 들어 직접 기름 넣는 것을 번거롭게 느낀 운전자들이 일반 주유소로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1998년 말 100여곳에 달했던 셀프 주유소는 이후 하나둘씩 사라져 2006년 전국의 셀프 주유소는 8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상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하는 고유가 상황이 재연되고,하반기에는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기름을 싸게 넣을 수 있는 셀프 주유소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다시 받았다. 셀프 주유소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변 주유소에 비해 ℓ당 평균 30~50원가량 싸다.

셀프 주유소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GS칼텍스다. 이 회사가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셀프 주유소는 61곳.이 중 작년 한 해 동안 문을 연 곳만 39곳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부지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서울 주변 신도시를 중심으로 셀프 주유소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라며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기 원하는 기존 자영 주유소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의 석유제품 유통을 맡는 SK네트웍스는 전국에서 운영하는 14개의 셀프 주유소 중 13개를 지난해 선보였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셀프 주유소 개장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작년 4곳을 추가해 셀프 주유소가 7곳으로 늘어났다. 현대오일뱅크도 2007년과 작년 각각 5개씩 셀프 주유소를 늘리며 현재 전국에서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도 고양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유지 744㎡에 40만ℓ의 저장공간을 갖춘 셀프 주유소를 이르면 5월 말 개장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어 셀프 주유소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