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울진 10여년만 최악가뭄 '원망'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 물도 없어 조상님 볼 면목이 없습니다."

13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있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주민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설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예년 명절때면 주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차례상 음식 준비와 가족 친지를 기다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겠지만 지금은 당장 마실 물 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주민 김 모(56) 씨는 "대구에 있는 아들 가족에게 이번에는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마실 물도 없는데 오면 뭐하겠습니까.

차라리 우리가 가는게 낫지.."라며 하늘을 원망했다.

영덕지역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내린 비가 266.4㎜로 예년 평균 653.3㎜의 40%에 그치는 등 1995년 이후 13년만에 찾아온 최대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산간오지와 고지대 주민들을 비롯한 대부분 주민들이 식수난으로 고통을 겪고있다.

남정취수장 수원고갈로 취수장 공급지역도 영덕정수장으로 제한돼 있으나 영덕정수장 역시 1주일에 15-20cm씩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

이런 가뭄이 앞으로 한달간 계속되면 영덕읍과 강구.남정면 지역은 1일 5시간, 두달간은 12시간, 3개월 이상일 때에는 격일제 제한급수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영덕군 이외에 경북도내 대부분의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도에 따르면 22일 현재 도내에는 포항시 죽장면 정자리 40가구 80명을 비롯해 김천, 안동, 상주시와 의성.청송.영양.영덕.청도.고령.성주.울진군 등 12개 시군의 41개마을 1천954가구(3천200여명)가 제한급수를 실시중이고 울진군 원남면 지품리 71가구 144명과 안동, 영천, 김천 등 38개마을 962가구(2천200여명)가 운반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이때문에 마을마다 주민들이 하루 한번씩 찾아오는 급수차로 물을 공급받아 가까스로 빨래와 설거지 등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웃에 물을 빌리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영덕군 남정면 최모(70) 할머니는 "물통을 들 힘도 없어 동네 남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옮길수도 없다"며 "빨래는 엄두도 못내고 설거지와 세수만 겨우 하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도와 일선 시군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관정개발과 비상급수 대책 등을 마련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계속되는 가뭄으로 제한.운반급수 지역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여 비가 오지 않은 한 역부족인 상황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예비비 25억원을 긴급 투입해 식수난 해소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비가 오지 않는 한 주민불편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군도 관정개발로 생활용수 확보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 역시 생활용수 사용을 줄이고 절수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영덕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