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현장서 시민들 애도.. 모금 활동도

`용산 참사' 이틀째인 21일 사건 현장에는 철거민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용산4구역 철거민 중 최고령인 정복례(82.여) 할머니는 이날 오후 1시께 현장을 찾아 임시로 설치된 분향소에 헌화하면서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인근 재래시장에서 28년간 반찬가게를 운영했다는 정 할머니는 "30년간 가족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죽었다니 너무 안타깝다.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해서 정신이 없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달려왔다는 김모(45.일용노동자)씨는 "겨울철에 철거민을 이주시키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이번 일은 서울시와 정부가 100%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죽은 경찰만 추서하겠다고 한다"며 "이건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두 돌이 다 돼가는 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유모(35.여)씨는 "철거민들에게 작게라도 힘이 되고 싶고 아이에게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게 내 아이의 미래일 수 있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한강로를 지나던 차량들은 참사 건물 앞에서 속도를 줄인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현장을 바라봤으며 길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임시 분향소에 들러 헌화를 하고 지나갔다.

한편 이날 저녁에는 30년 전 철거민들의 삶을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67)씨가 현장을 방문해 철거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눴다.

조씨는 "`난쏘공'을 쓸 때 30년 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미래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너무 충격적이고 미개한 일이 벌어졌다"고 침통해 했다.

그는 "희생자들이 불속에서 죽으면서 얼마나 아파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대통령 가족들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도 시작되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 소속이라고 밝힌 학생 10여명은 이날 철거민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순천향병원에 찾아와 "길거리와 지하철역 등에서 50여만원을 모금했고 돈을 더 모아 23일까지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도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중고생들이 `용산 철거민을 위한 청소년 대책위원회'를 꾸려 즉석에서 모금 운동과 선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