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음식장만해야 하는 며느리,실직자,혼기 늦은 아들딸에게는 육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이는 소화불량과 구역감 식욕저하 등 소화기계 증상,두통과 어지러움 등 신경계 증상,불안 · 두근거림 · 답답함 · 불면 · 초조 · 걱정 · 무기력감 등 정신적 증상 등을 호소하게 만든다. 바로'명절증후군'이다. 명절 때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 긴 시간 함께 보내면 예상치 않은 일들이 생긴다. 우선 핵가족에서 사회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던 여성들이 불어난 가사노동에 불쾌감과 좌절감을 겪는다. 각자 사회적 문화적 계층적으로 유사한 사람과 어울리다가 갑자기 명절을 계기로 이질적인 친척들과 어울리면 관심사를 공유하지 못하고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족간 재산의 분배나 경제적 지원을 놓고 갈등을 겪거나 충돌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아직도 취직 못했니?''언제나 결혼할거지?'같은 말은 당사자에게 하는 것을 삼가는게 좋다. 가족 사이에 이전부터 갈등이 있었다면 명절 기간에는 가급적 이를 언급하지 않고 명절 이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미루는 게 낫다. 대신 명절 기간에는 지난 1년 간 고통은 분담하고 기쁨은 배가시킨 좋은 기억을 되새기며 감사하고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도록 하자.예부터 선조들은 새해에는 자식을 낳으라든지,승진하라든지,돈을 많이 벌라든지,건강하라든지 같은 덕담을 하라고 권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행복한 상황을 끌어당긴다는 생각을 옛날에도 했던 것이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한 만큼 명절 때 모처럼만에 만나면 친지간에 반목할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변화된 사회에 걸맞게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을 찾아내고 함께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노래방을 가거나,영화를 보고,근처 공원을 찾아 자녀에게 교육적이면서도 노인에게는 운동이 되는 놀이를 하면 명절증후군이 예방될 것이다.

/홍진표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