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 동대문서장 "검찰수사 지켜보겠다"

서울 장안동 일대 성매매업소와 일부 경찰관 사이의 유착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업주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던 `상납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구속한 K 경사가 근무했던 동대문경찰서 지구대 소속인 서모 경감은 19일 "업주들 주장처럼 상납리스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구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K 경사와의 비위 혐의와 거리를 뒀다.

그는 "그때 근무했던 대원 중 남아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면서 "이제는 안마업소도 거의 죽어서 단속 나갈 일도 없고 상납받을 일도 없다"고 못박았다.

동대문서 청문감사실 관계자는 "이번 일은 현 서장의 부임 전에 일어난 것"이라며 "업주들이 장부 얘기를 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져오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도 명단을 가져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동료 경찰관이 업주들과의 유착관계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젊은 친구 같던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경찰관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서 경감도 "어떤 처지에 있었기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큰돈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뿐"이라며 "같은 경찰관으로서 안타깝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업주들이 상납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며 경찰 단속에 항의할 때마다 "명단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맞섰던 이중구 동대문서장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서장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는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며 언론이 K 경사의 비위 혐의를 `사실'로 보도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일로 `상납 리스트'의 존재가 일부 확인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업주들이 명단을 갖고 있다면 검찰에 제출하면 될 일"이라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경찰관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은 장안동의 한 업주는 "그게 장안동의 현실로, 이제 슬슬 터지고 있는 것"이라며 "더 많은 경찰관의 비위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장안동 일대의 성매매업소와 불법 게임장 업주들로부터 수백만원을 받고 단속 편의를 봐준 혐의로 전 동대문서 소속 K 경사(41)를 지난 16일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