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5일 정기총회를 갖고 2011학년도까지 '3불(본고사 · 고교등급제 · 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는 데다 입학사정관제도 등 대학별 전형을 강화하기로 해 사실상 3불정책은 유명무실화되고 대입은 대학 자율에 맡겨진 것으로 평가된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서강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3불 폐지를 선언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며 "3불은 실체가 없는 허상과도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학사정관이 서류와 면접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만큼 단순한 지표보다는 대학의 자체적 기준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이날 대교협 총회에 참석해 "입학사정관제도가 우리 대학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해 대학 자율에 힘을 실어줬다. 안 장관은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관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또 논술 등 대학별 고사에 대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만큼 대교협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학들이 정답과 문제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논술이나 영어지문을 출제하더라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단과대별로 논술고사를 달리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별 고사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등급제와 관련,손 회장은 "대입 자율화에 대비해선 전국 고교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며 이는 고교별 특성을 알아야 입학사정관제도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교등급제는 아니지만 특정 항목에 대해 각 학교별 평가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대학들이 이 같은 전형을 확대하면 사실상 고교등급제도 허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교협은 기존 3불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처럼 대학의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방법으로 사실상 대입자율화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수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실무위원회 위원장(서강대 입학처장)은 "대교협 입장에서는 굳이 3불 폐지를 선언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며 "어차피 2012년이면 대입이 완전자율화되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어차피 3불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배용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장(이화여대 총장)도 "2012년 이후에는 완전한 대입자율화 단계로 들어가 대학입학전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하고 대학이 완전한 학생선발 자율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선화/김효정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