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그림 상납' 주장은 권력 다툼을 위한 '의도적인 폭로'일까 아니면 말실수가 빚어낸 '단순한 설화(舌禍)'일까. 의혹의 시작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지난 12일 2007년 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에게 고가의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모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수감 중인 전 전 청장의 변호사를 통해 하루 만에 뒤집혔다. 전 전 청장은 그림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부인 이씨의 말실수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장 역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본지가 14일 전 전 청장의 친인척과 통화한 내용도 이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설화라는 데 무게를 싣게 한다. 이 친인척은 현재 잠적한 이씨가 일부 언론이 이번 일을 '정치세력이 얽힌 권력 다툼' 등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 전 청장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한 청장이 함부로 하는 게 화가 나 신세타령으로 옛이야기를 한 것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이번 사건이 권력 다툼에서 벌어진 의도적인 것이라는 관측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씨의 친인척은 이씨와 그림 판매를 맡은 갤러리 대표인 홍씨가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홍씨의 남편은 현직 국세청 고위 간부다. 이씨가 친분이 있는 홍씨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부하로부터 그림을 상납받았다'는 이야기가 외부로 밝혀지면 어떤 큰 파장이 올지 모를 리 없다는 얘기다.

또 지난 12일 내내 '그림을 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이씨의 태도로 볼 때 하루 만에 이뤄진 전 전 청장의 사실 부인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결국 그림 상납 의혹의 본질이 단순한 설화인지 아니면 계산이 깔린 폭로였는지는 사정당국의 조사가 이뤄져야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