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니어클럽' 불황모르는 실버파워
국수전문점.택배.결혼주례 등 1458명에 새 일자리


"양장점을 운영하다 6남매를 출가시킨 후 혼자 집에만 있었는데 국수전문점에서 일하니 신이 나고 돈도 벌어 너무 좋아요. "(박달노 할머니 · 72)

13일 오후 5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개2동 호개도서관 골목 초입에 있는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약 30㎡ 규모의 이 가게 주방에서는 하얀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70대 전후의 남녀 노인들이 바쁜 일손을 움직이고 있다.

뿌연 김 속에서 국수가 나오자 그릇에 담아 얼른 홀로 나른다. 아직 저녁 식사하기에는 이른 시간대인 데도 4인용 식탁 8개가 놓인 가게에는 10여명의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안양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소문난 국수집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국수집에는 15명의 노인들이 2~3 교대로 근무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입소문이 나 하루에 많게는 100그릇까지 팔아 한 달 수입이 약 700만~800만원 정도.이곳 직원인 노인들은 시간당 4500원씩 받지만 근무시간에 따라 한 달에 적게는 20만~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번다.

이 식당의 막내격으로 평촌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청과물 중도매인을 했었다는 청일점 이찬휴씨(66)는 "음식재료 등 주방관리를 하며 하루 5시간 근무하는데 건강에도 좋고 손자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양숙 안양시니어클럽 대표(안양시 노인복지센터 관장)는 "어르신들이 손님을 자식처럼 대하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니 손님들도 좋아하고 단골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1일 개원한 안양시니어클럽은 수익창출사업으로 국수전문점사업 외 결혼주례 및 파워맨파견,거점택배,한마을택배사업 등 틈새시장을 개척해 벌써 210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근무 노인이 80명 규모인 파워맨사업은 카드배송,할인마트 카트정리 등이 주된 업무다. 여기서 근무하는 노인들은 금호아사아나 사회공헌 이미지 CF에 단역모델로도 출연했다.

거점택배는 대한통운 및 한진택배에서 노인정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노인들이 이들 물건을 집까지 배달하는 일이다.

한마을택배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서류,휴대폰,꽃바구니 등을 배송한다. 안양시니어클럽은 또 방문요양보호사 파견 및 주차관리원 사업도 준비 중이다.

경기도는 현재 수원,부천,고양 등 9곳에서 시니어클럽을 운영하며 1458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4곳을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시니어클럽 한곳에 연간 1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가 좋은 곳은 올해부터 보조금을 2억원까지 보조할 계획이다.

시니어클럽은 경기도가 가장 많고 충북 6개,부산 5개,서울 4개,인천 1개소 등 전국에서 총 63개소가 운영 중이다. 시니어클럽은 복지시설,학교,종교단체 등 민간기관이 광역자치단체와 해당 시 · 군 · 구청의 재정보조를 받아 민간형 노인 소득창출차원에서 노인일자리를 제공하는 민간 전담기관.2004년부터 전국에서 본격 시행됐다.

안양=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