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회 잠적 '공동계주' 구속에 수사탄력
'큰손리스트' 드러날까 관심

강남 `귀족계'로 알려진 다복회의 '공동계주' 박모(52) 씨가 잠적 2개월 만인 2일 경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다복회 관련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박씨가 계원들의 납입금을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이 `큰손'으로 다복회에 참여해왔다는 주장들의 실체도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을까 관심을 끌고 있다.

◇`큰손 리스트' 드러날까 =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일단 박씨가 구속된 계주 윤모(52.여)와 함께 "수익을 내주겠다"는 말로 계원들을 속여 371억원 대에 이르는 곗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작년 11월을 전후해 잠적했던 박씨가 2개월여 만에 수사기관에 자진출두하고서도 "윤씨가 주도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가 계원들로부터 입금받은 통장과 관련자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들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어서 경찰은 박씨에 대한 처벌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가장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계주들이 빼돌린 371억 원대 곗돈의 행방.
경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박씨가 수사 당국에 출두하면서 관련 장부들을 가지고 왔겠느냐"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제기하며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능한 수사기법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계주 박씨 등의 금전거래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계금이 입출금된 모든 통장과 연결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포괄적인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계원들도 최소 수백억원대의 계가 파탄난 이유로 "계주가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빼돌렸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도높은 계좌추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계주 윤씨에 대한 금전거래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계주들의 계금 관련 통장에 대한 포괄적인 계좌추적을 시도한 바 있지만 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계좌 추적은 법원에 의해 기각당했었다.

만약 경찰이 연결계좌 등을 추적할 경우 계주들과 돈거래를 한 대다수 계원들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다복회에 사회 지도층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소문의 실체도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이미 윤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고위공무원 포함 여부도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마음회·청솔회도 `다복회' 전철 = 강남지역의 또다른 고액계로 알려진 한마음회와 청솔회도 계금을 사이에 둔 계주와 계원 간 갈등이 형사고소로 번지면서 점점 다복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

계규모가 150억원 대로 알려진 한마음회는 최근까지도 계주 이모(55.여) 씨가 가 일부 계원들의 계금 미납 사태로 불거진 갈등을 "스스로 안고 가겠다"며 계원들을 다독이면서 해결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소속 계원 3명이 최근 이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함에 따라 결국 공중분해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이씨를 믿고 기다려보자"던 다수 계원들 마저도 "집단 고소하겠다", "신문사를 다 부르자"는 등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어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계금 2억여 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는 한 계원은 "원장을 확인해본 결과 계주가 계원이 다 차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차례 계금을 타간 사실을 알게됐다"며 "전부 사기다.

현재 많은 계원들이 여차하면 계주를 집단고소할 태세"라고 험악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2일 이씨가 운영하는 압구정동의 모 귀금속점에서 계원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대책회의는 계주를 성토하는 장을 방불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주는 이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을 지능1팀에 배당하고 위법행위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만큼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강남 고액계인 청솔회 역시 최근 계원 수명이 계주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거나 법원에 계금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계원 권모씨의 의뢰를 받아 계금 및 대여금 13억5천여 만원을 돌려달라며 계주 한모씨에 대해 소송을 건 황인상 변호사는 "청솔회의 경우 번호계로 특별히 계주가 계금을 횡령하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잘못될 리가 없다"며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형사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주는 잠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계원은 형사, 민사소송을 낸 계원들을 포함해 1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변호사는 "청솔회 계원 중에는 한마음회에서 활동하는 계원도 적지않은 등 다복회, 한마음회, 청솔회 등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결국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강남지역의 계구조가 이번 귀족계 파문의 원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