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본고사형 논술문제 출제가 허용된다. 이에 따라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해온 정부의 '3불(不)정책' 기조가 사실상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박종렬 사무총장은 30일 '2010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은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실시 문제는 대학 자율로 둬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3불 폐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최근 연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의 본고사형 논술 출제 논란에 대해 박 사무총장은 "국ㆍ영ㆍ수 중심의 본고사형 문제는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마당에 대교협 차원에서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본고사형 논술'을 허용할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본고사형 논술은 영어 지문을 출제하거나 수리에서 정답과 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등 난이도가 높은 논술시험으로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무총장은 또 "서울에서 2010학년도부터 고교선택제가 시행되고 이 제도로 고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해가 2012년이므로 이때쯤이면 자연스럽게 '고교등급제 금지' 방침도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불 정책 폐지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한 뒤 내년 1월 총회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전국 199개 대학(교육대,산업대 포함)은 2010학년도에 37만8141명(울산과기대 등 4개대 제외)을 모집한다. 2009학년도에 비해 336명 줄었다. 수시모집 인원이 21만9024명으로 전체의 57.9%를 차지해 정시모집 인원(15만9117명)을 크게 앞질렀다. 수시에서는 논술을 보는 대학이 36개로 늘어난 반면 정시에서는 수능 100%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80곳에 달하는 등 '수시 논술,정시 수능' 경향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비중이 높아진 만큼 수능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한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며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수시 전형에서 본고사형 논술에 집중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