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대정부 로비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된 하종선 전 현대해상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 전 대표는 2003년 6∼7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로비 자금으로 미화 10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2차례에 걸쳐 400만 원을 주고 변 전 국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3천만 원을 투자하는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해외계좌로 105만 달러를 받아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105만 달러를 받은 것이 성공 후 후불약정이었고 금액이 미리 정해졌던 것도 아니어서 접대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외환은행 인수자격 승인과 관련해 론스타 의견을 변 전 국장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부정한 청탁을 사전의뢰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 전 국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론스타에 대한 설명ㆍ설득의 기회를 갖기는 했지만 피고인에게 한국과 미국의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점 등을 보면 변호사의 직무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알선수재 혐의를 무죄 판결했다.

변 전 국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서는 "주요 증거가 피고인의 진술 뿐이라 신빙성이 있어야 하는데 진술이 바뀌는 등 금품이 교부된 사실을 대부분 인정할 수 없고 변 전 국장 동생 회사에 줬다는 2천만원도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혐의 역시 105만 달러를 받은 해외계좌가 하 전 대표의 실명 계좌였던 점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은닉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 전 대표는 첫 공판에서 변 전 국장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다가 이후 재판에서 "외환은행 인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도 포함돼 있다"고 말해 사실상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는 변 전 국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돈을 받은 사실이 없거나 일부 받은 돈도 직무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했고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따른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