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의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1970년대 대기업 고위 간부들이 정부 관료들과 접촉한 뒤 이를 정리한 것이 찌라시의 시초.당시만 해도 단순한 소식지에 불과했다.

찌라시가 싹을 틔운 시기는 언로가 통제되던 1980년대부터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들이 정보에 목말라하던 대기업 정보맨들을 통해 재가공되면서 찌라시 시장을 형성해가기 시작한 것.1980년대 중반 증시가 불붙으면서 증권사마다 '정보분석실'이란 조직을 만들 정도로 정보가 홍수를 이뤘고,덩달아 찌라시도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1992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계 소식들이 찌라시에 많이 등장하고,여의도가 찌라시 유통의 중심으로 본격 자리매김한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찌라시는 유통 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갱지 묶음 형태로 주고받던 찌라시가 이메일과 메신저 형태로 진화한 것.특히 증권가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는 다수에게 동일한 내용을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어 찌라시의 대량 유통을 가능케 했다.

찌라시는 2005년 3월 '연예인 X파일' 사건을 계기로 고비를 맞는다. 대대적인 단속이 들어오자 정보맨들의 모임이나 제작 과정이 음지로 숨어들고,유통 방식도 과거보다 훨씬 보안이 강화된 상태로 바뀌었다. 이메일 전송이 급감한 것도 이맘때부터다. 송수신 기록 등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대신 휴대용 저장장치에 파일을 담아 건네거나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문서가 열리는 등의 신종 방식이 등장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