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사는 남모씨(45)는 고양시가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뉴스를 듣고 난 뒤 서울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서울 강남에 있는 직장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데 더 이상 교통지옥에 시달리기 싫어서다.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하면 덜 막히지만 조금만 늦어도 도로가 꽉 막혀 길위에서 꼼짝도 못하는데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출퇴근이 더욱 힘들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퇴근할 때는 교통체증을 피해 아예 밤 9시 이후에 사무실에서 나온다. 매일 도로 위에서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남씨는 "이런 상황에서 일산 신도시 옆에 신도시를 또 만들면 자유로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는 거대한 주자창으로 변할 것"이라며 "교통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10년 동안 살아온 집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도시 및 도시개발구역 지정권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도시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긍정론과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 및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도시개발권한 지자체로 넘어가


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330만㎡(100만평) 이하 규모의 신도시 지정권이 지자체로 넘어간다. 또 시·도지사가 100만㎡(33만평) 이상의 도시개발구역을 국토부 장관의 승인없이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인구 50만명 이상인 대도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권한이 이양됐고,다음 달부터는 특별시·광역시의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을 해당 지자체가 갖게 된다. 지자체가 신도시 및 도시개발 관련 권한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권을 완전히 시·도에 넘기는 내용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권의 경우 면적 20만㎡(6만6000평) 미만은 지자체에 있지만 20만㎡ 이상은 국토부가 갖고 있다. 특히 신도시로 구분되는 330만㎡ 이상은 정부가 지정뿐 아니라 개발계획 실시계획 등도 승인해 주고 있다.

정부는 면적에 상관없이 택지지구 지정권을 지자체에 넘길 계획이다. 다만 면적 330만㎡ 이상인 신도시의 경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중앙·지방정부 간 협의 채널 필요

정부가 신도시 및 도시개발 관련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기로 한 것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는 도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역 사정에 밝은 지자체에 신도시 개발과 도시계획에 대한 1차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은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 재정이나 수요면에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매년 1개씩 명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경기도 지역에서는 신도시를 포함한 택지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수도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택지개발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며 "수도권에서 개발할 수 있는 토지 총량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큰 틀에서 원칙과 기준을 세월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시 개발이익 배분 방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신도시 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에 투입하거나 지방 산업단지 조성 등에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불가능해 진다.

결국 개발이익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수도권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가 용인에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경기도와 용인시 간에 개발이익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희남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장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신도시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현재로선 이를 견제할 방안이 별로 없다"며 "지방공무원의 전문성 결여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가 신도시를 개발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인근 지자체 간 협의 채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