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억지성' 국제특허 침해 소송이 늘고 있다. 판결의 유.불리를 따져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 파상 공세를 펼치기도 해 승패와 관계 없이 국내 기업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들의 몸값이 뛰면서 증가 추세이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엉터리' 소송 늘어


법무법인 광장 권영모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의 심해용 원유시추선 기술에 대한 미국계 회사의 최근 특허침해 소송을 '전형적인 억지 소송'이라고 비난했다.

삼성중공업은 2004년 이후 세계 시추선 건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분야 세계 1위.세계 최대 석유 시추업체인 미국계 트랜스오션 오프쇼어 딥워터 드릴링사는 시추선 건조업체가 아니라 시추사임에도 불구,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부실하기 짝이 없는 특허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지적.결국 삼성중공업 측이 지난 13일 1심에서 승소했지만 최근에는 일본 기업까지 이런 기류에 편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권 변호사는 주의를 촉구했다.

중견 기업을 상대로도 '묻지마 소송'이 남발하고 있다.

미국 폼펙터사가 코스닥 등록사로 반도체 웨이퍼 점검 장비를 생산하는 경쟁사 파이컴을 상대로 낸 소송이 대표적 사례.2004년부터 4년에 걸친 소송에서 파이컴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완승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다.

한 변호사는 "독일이나 싱가포르의 반도체회사 고객들이 그동안 다 떨어져 나갔다"며 "자기들의 특허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손해배상 청구도 못하고 결국 소송에 시달리게 해 거덜나게 만드는 전형적인 영업방해 소송"이라고 주장했다.

임성우 변호사는 "우리 기업의 파워가 세계 대기업들과 맞짱을 뜰 정도라는 반증"이라며 "소송 장소도 판결에 유리한 국가를 선택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황보영 변호사(44.사시 28회)는 국제특허 소송이 들어왔을 때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설 것을 기업들에 주문했다.

황 변호사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재권에 대한 분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 부분에 있어 외국 기업보다 취약하다"면서 "분쟁 발생시에는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며 외국 거대 기업이 소송을 건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포기했다간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P소송 전문 변호사 '특수'


이에 따라 IP 쪽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배금자 변호사(47.사시 27회)는 서울 서초동에서 테헤란로 인근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전공도 국제 지식재산권 쪽으로 바꿨다. 그는 "정보기술(IT) 관련 글로벌 기업이 많고 분위기도 국제적이어서 다양한 상표권,영업비밀 침해,부정경쟁 관련 소송을 수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개인 소송은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타벅스,마블사 등 30여개국 글로벌 기업 1000여개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150여개국 특허사무소 200여개와 업무 제휴를 하고 있는 법무법인 KCL은 아예 'IP로펌'을 자칭하고 있다.

율촌은 IP팀 강화를 전략적 과제 1순위로 설정해 놓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변리사 등 특허 전문인력 300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특허법인 리앤목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해성/박민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