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물량 내주 유통..LA갈비 내달말 상륙 전망

농식품부 장관이 25일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관보에 실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하면 26일께 관보 게재와 동시에 발효된다.

고시가 공포되면 지난해 10월 등뼈 발견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이 8개월여 만에 재개된다.

추가협상 합의에 따라 일단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어올 수 없지만, LA갈비.내장.우족.꼬리뼈 등은 2003년 12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수입이 허용된다.

실제 검역이 작년에 수입됐다가 현재 국내 항구와 검역 창고 등에 쌓여있는 미국산 쇠고기 5천여t을 대상으로 시작될 경우, 다음달 초순 정도면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 26일 美쇠고기 고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담은 고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34조 2항에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가축방역 및 공중위생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검역증명서의 내용에 관련된 수출국의 검역내용 및 위생상황 등 위생조건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수입위생조건 고시는 장관이 특정 국가의 축산물을 수입할 때 갖춰야 하는 검역.위생 수준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실제 수출업자 등이 갖춰야 하는 검역증명서 내용 등을 명시하는 행위다.

이 고시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관보에 실려 공포되는 시점부터다.

따라서 고시를 위해 농식품부장관은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을 개정함에 따라 이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오니 농식품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관보 게재 요청' 공문을 행정안전부장관(규제개혁법무담당관) 앞으로 보내야한다.

이 공문에는 지난 23일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해 확정된 수입위생조건 고시 수정안이 붙임 문서로 따라간다.

게재 요청을 받은 행안부가 고시 내용을 실제로 관보에 실어 인터넷이나 인쇄물 등을 통해 공개하는 데는 보통 1~2일이 걸린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는 의뢰일 바로 다음날인 26일 관보에 실릴 것으로 알려졌다.


◇ 일단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허용

고시에 담긴 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본문은 지난 4월18일 한미 양국이 합의.서명한 협정문 내용과 같다.

다만 지난달 김종훈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광우병발생시 우리의 검역주권 등을 확인하고 교환한 서한과 지난 20일 끝난 추가 협상에서 합의된 '30개월 미만' 미국 정부 보장 등의 내용은 모두 부칙에 포함된다.

일단 미국이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공포한 만큼 수입위생조건 부칙 2항에 따라 수입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의 범위는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이를 활용해 생산된 제품'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부칙 7조에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30개월 미만 인증없는 수입 물량은 반송한다'는 내용이 추가됨에 따라 일단 당분간은 사실상 '30개월' 월령 규정이 유지된다.

특정위험물질(SRM)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도축 당시 30개월 이상된 소 머리뼈와 등뼈에서 생산된 회수육은 수입될 수 없다.

SRM은 용어 정의 부분에서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끝,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소장끝.뇌.눈.척수.머리뼈.척주(등뼈) 등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수입금지 품목의 범위도 추가 협상 내용을 반영, '머리뼈.뇌.눈.척수 등이 발견되면 해당 물량을 반송한다'는 부칙 8조를 통해 확대된다.

이번 위생조건에서 언급되는 소는 '도축 전 최소 100일이상 미국 내에서 사육된 가축화된 소과 동물'로 정의됐다.

캐나다 등 다른 나라 출생이더라도 도축에 앞서 100일 전에만 미국에 들어와 자랐으면 우리나라에 수출될 수 있다.

아울러 부칙 6조에는 '본 수입위생조건 제5조의 적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GATT 20조 및 WTO 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부칙 9조에는 '현지 작업장 점검시 한국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작업장을 특정하여 점검할 수 있다.

2회 이상 식품안전 위해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수출작업 중단을 미측에 요구할 수 있고, 우리측 요구가 있는 대로 미국은 수출작업 중단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등 검역주권과 관련한 추가합의 내용이 덧붙여질 전망이다.


◇ LA갈비는 다음달 중순 이후 들어올 듯

고시 발효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이 재개되면, 작년 10월 이후 수도권 검역창고와 부산항 컨테이너야적장(CY) 등에 발이 묶여 있는 뼈없는 살코기 5천300t의 주인인 수입업체들은 일제히 검역원 중부 지원 등에 검역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역 신청-검역관 검사-합격증 발급-관세 납부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보통 3~4일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검역을 통과한 미국산 쇠고기가 이르면 다음주 중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새 수입조건에 따라 미국 작업장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본격 수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업계와 정부가 추가협상 합의에 따라 30개월 월령 제한을 위한 한국 수출용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용하는데 적어도 2~3주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예상대로라면 2003년 12월 이후 4년6개월여만에 다시 수입이 허용된 LA갈비, 내장 등이 항공편으로 들어올 경우 다음달 말 시중유통이 가능하며, 배편으로 대량 수입돼 유통되는 것은 8월 중.하순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