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들 "판결 결과 수긍 간다"
삼성重 "겸허히 수용…항소여부 추후 결정"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태를 야기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관련자들중 충돌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2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지난 1월부터 6개월 가까이 끌어온 1심공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6개월간의 열띤 법정공방 속에서 재판부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사건이지만 피해의 중대성만을 고려해 감정적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 만큼 객관적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충돌사고의 당사자인 예인선단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 등에 대해 `기상악화속 무리한 항해'와 `충돌위험 회피노력 결여' 등 양측 모두 업무상 과실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일단 유조선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가만히 있는 배와 다가가 부딪친 배의 책임이 같을 수 있겠느냐'는 말로 요약되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삼성측이 향후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유조선측 손 들어줘
재판부는 우선 예인선단이 사고 전날인 지난해 12월6일 인천항을 출항한 시점부터 기상상태에 대해 좀더 세밀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출항 당시 기상악화 조짐이 전혀 없었고, 예인선단의 규모가 적절했다는 예인선단측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대형 크레인의 크기에 비해 예인선단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서 "예인선측이 기상상황을 확인한 정보가 너무 단순했고, 그조차도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기상악화에 따른 항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인선단은 주변 선박이나 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관제센터의 호출도 듣지 않았다"면서 "관련법이나 해상충돌 예방조치에 규정된 등화조치를 취하지 않은 예인선이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거듭 예인선단의 책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조선측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일괄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유조선이 정박한 지점이 선박의 통항이 빈번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이는 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가 권고한 정박지점에 인접한 정당한 정박지이며 통항이 빈번하다고 해서 보다 높은 경계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사고 유조선이 단일선체여서 방대한 양의 원유유출을 야기한 한 원인이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일선체유조선 외에도 큰 해양오염사고를 일으키는 선박은 많으며 이 같은 배의 통항을 국가가 허용한 만큼 통상보다 강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조정능력을 상실한 배와 정박선중 정박선에 적극적인 피항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관고장이나 표류중인 선박이 등화 등으로 표시를 하지 않은 이상 정박선과 이동중인 배 사이에 조정능력의 우월을 가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고 결과 반응 엇갈려
재판부의 이 같은 선고결과에 대해 태안지역 주민들과 삼성측 등 이해당사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태안 유류피해민 연합대책위원회 최한진 사무국장(53)은 "삼성중공업측에 내려진 형량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유조선사에 책임이 없고 국내 예인선단에 잘못을 물은 판결에는 수긍이 간다"면서 "일단 바람직한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본다"며 만족스런 입장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측은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항소 여부는 추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주민들의 손해배상 소송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장기욱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본사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데 판결내용에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 "해상크레인 부선 선장의 기소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 역시 바지선 선원에게 충돌사고의 책임을 묻는 통상적인 판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산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