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측, 소송 불응하다 판결 나자 항소

학교 친구를 마구 때리고 옷을 벗기는가 하면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한 여중생들이 피해를 당한 친구와 가족에게 7천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가해 학생들이 찍은 장면은 2006년말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판도라TV'를 통해 공개돼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이준호 부장판사)는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던 A양과 가족이 가해 학생 4명과 부모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6천89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양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12월 같은 학교 동급생의 집에서 친구 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친구들은 A양의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마구 폭행하다가 급기야 A양의 교복 등을 강제로 벗겼으며 휴대전화 2대로 이를 촬영했다.

폭행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됐고 A양은 결국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며칠 뒤 이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이 판도라TV를 통해 3분40초 분량으로 공개돼 파문이 일었고, 친구들은 경찰 조사에서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등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A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결국 A양 가족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가해학생들과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가해학생들이 공동 폭행과 동영상 촬영ㆍ유포 행위로 A양의 신체, 명예, 인격권 및 초상권을 침해했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가했으며 A양 가족들에게도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해학생의 부모 역시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서 자녀들이 A양을 폭행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방치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가해 학생들 측에 A양에게 위자료 2천만원과 병원 치료비 840여만원, A양의 부모에게 위자료 1천만원씩과 치료비, 또 A양의 두 동생에게 위자료 각 500만원 등 모두 6천890여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폭행사건 이후 A양 가족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던 점을 고려해 이사비 80만원도 물어주라고 했다.

한편 가해학생 측은 A양과 가족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도 소송에 전혀 응하지 않다가 재판부가 이들의 변론을 듣지 못한 채 직권 판단해 무변론 판결 선고를 내리자 뒤늦게 항소장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