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노인 학대 해마다 증가 추세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수년 간 주택가 골목길의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는 70대 노모를 방임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는 등 노인 학대의 실태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모 지역에 거주하는 A(73.여) 할머니가 주택가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이는 충격적인 모습이 발견된 것은 지난 해 3월.
당시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한 해당 지역의 한 공무원이 이 같은 사실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과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한 이후 상담과정을 거치면서 최근 할머니의 참혹한 처지가 알려졌다.

남편의 전처 소생의 아들(59)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할머니는 수년째 매일 아침마다 음식물 쓰레기 통을 뒤지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가족들은 모두 이를 방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할머니가 거주한 방은 연탄창고를 개조한 것으로 출입문은 거적으로 붙여놓은 것에 불과한 데다 난방장치도 전혀 없이 스티로폼 위에 장판을 깐 채 여러 장의 이불 만으로 사계절을 버티며 십여 년 간을 생활해 왔다는 게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할머니의 보호자인 아들과 그의 가족은 물론 일부 이웃마저도 할머니가 지적장애 또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치부한 나머지 보호는 고사하고 심각한 방임과 학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 한 상담사는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당시 '배가 고프다', '춥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점으로 미뤄 상당 기간 충분한 식사와 잠자리가 제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가족들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정작 할머니의 가족들은 방임과 학대의 가해자라는 점을 깨닫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A 할머니는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의 상담과 설득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지난 해 11월께 모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십수년 간 이어진 충격적인 방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도내에서 접수된 노인 학대와 관련된 총 상담 건수는 모두 1천293건으로 2006년 995건, 2005년 840건이던 것에 비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이 중 A 할머니의 사례와 같이 노인 학대로 파악된 사례는 2005년 97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128건에 이어 지난 해는 142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학대 유형(중복)별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109건(43.8%)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 학대 61건(24.5%), 신체적 학대가 54건(21.7%)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이영신 상담실장은 "사회가 산업화와 핵가족화 과정을 거치면서 노인 학대의 문제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며 "노인 부양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가족 간의 대화 노력 및 노인 주간 보호시설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