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업자 수 증가폭(18만4000명)은 정부 목표치(35만명)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정규직 의무 전환'의 굴레를 뒤집어 쓰기 싫어한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꺼리면서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건설근로자 등 내수 연관도가 높은 일자리도 많이 줄었다.

고용 불안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3월 고용동향'에서 3월 취업자 수가 2330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만4000명(0.8%)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5년 2월(8만명) 이후 3년1개월 만의 최저치다.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 29만3000명을 기록하면서 3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7개월 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급기야 10만명대로 떨어졌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내몰았다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 유예해야

김진규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국내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인력 운용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자연 감소분을 새로 뽑는 것조차 당분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임시근로자 일용근로자 주당 18시간 미만을 일하는 단시간근로자 등 이른바 비정규직 근로자군에서 취업자 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만5000명(-3.2%) 줄었다.

일용근로자(-3만9000명)와 단시간 근로자 수(-3만4000명)의 감소세도 뚜렷했다.

만약 전체적인 고용 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고용률은 59.6%로 전월(59.8%)보다 뒷걸음질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옮겨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2005년 이후 2년 이상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전후해 줄기 시작했다.

정규직화에 따르는 부담으로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거나 미루고 고용된 비정규직도 2년을 채우기 전에 미리 해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종업원 100~299인 규모의 중소사업장에 대한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 의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취업준비생 너무 많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음식숙박업(-4만4000명) 건설업(-3만5000명) 등에서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농.림.어업(-5만8000명) 제조업(-2만명) 등의 고용 악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20~29세(-8만7000명)와 30~39세(-9000명)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내수 경기와 연관도가 높은 자영업의 침체는 심각했다.

자영업주와 같이 일하는 가족(무급가족종사자)을 모두 합친 비임금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9000명 줄어들었다.

소비 부진으로 자영업이 몰락하고 가계 소득 흐름이 나빠지면서 또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이처럼 감소했는데도 실업률은 3.4%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61.1%로 전년 동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대신 65만6000명이 '취업준비' 명목으로 학원 수강 등을 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실업률 자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기업들은 유연한 고용을 원하는데도 대학을 졸업한 취업 희망자들은 공공부문 등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만 찾는 '미스매칭' 현상이 최근 고용 악화의 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