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초등학생 의붓딸의 가슴을 만진 아버지에게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상해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1996년 결혼한 김씨는 이듬해 신생아를 입양해 친딸처럼 길렀다.

김씨는 2007년 3월26일 새벽 술에 취해 잠을 자다 다리로 딸(11)을 누른채 한 손은 엉덩이를, 다른 한 손은 옷 속으로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으며 딸이 울면서 깨자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딸을 성추행한 혐의 및 2006년 6월30일 여자 문제로 말다툼하던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평소에도 딸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안고 자다가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며 "사건 당일에도 이쁘고 귀여워서 그런 것일 뿐, 불순한 생각은 아니였고, 가슴은 만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성추행 혐의 및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가슴을 만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양이 당시 초등학교 4학년으로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이라기 보다 아버지가 취중에 딸에게 다소 과한 애정 표시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단, 아내를 폭행한 혐의는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우선 "추행은 객관적으로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해자와 관계, 피해자의 나이,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한 애정표현의 한계를 넘어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범죄의도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