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씨(41)가 사건 발생 6일 만인 31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8시30분께 서울 대치동의 한 사우나에서 이씨를 검거,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밤샘 조사를 벌였다.

박학근 수사본부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용의자 동선에 대해 CCTV를 통해 조사하던 중 사건 당일 이씨가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내린 사실을 확인하고 수서역 부근 상점 등에서 집중 탐문을 벌인 끝에 이씨를 검거해 자백을 받아 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동거녀와 함께 거주하는 이씨는 지난 26일 술을 마신 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가다 무작정 대화역에서 내려 인근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다.

술에 취한 이씨는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던 중 A양(10)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다 A양이 여러 차례 힐끗 뒤돌아보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말을 듣지 않아 이날 오후 3시44분께 뒤쫓아가 A양을 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 밤 경찰에 압송된 이씨는 기자들에게 "기분이 안 좋은데 (아이가) 째려봐서 혼내 주려고 따라갔다"며 "(엘리베이터에서는) 그냥 데리고 나오려 했는데 소리를 질러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행하려 했느냐"는 등 납치나 성범죄와 관련된 거듭된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어 부인하며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씨는 미성년자를 수차례 상습적으로 강간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산 뒤 2년 전 출소했다.

박 수사본부장은 "일단 폭력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며 추가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혀 납치 미수 및 성범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수사본부는 이씨에게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이 지난 30일 수사본부를 설치한 지 하루 만에,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조속히 범인을 검거하라는 질책이 떨어진 뒤 수시간 만에 용의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검거함에 따라 "이렇게 쉽게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 무엇을 했나"라는 거센 비난에 다시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