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을 수사 중인 일산경살서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 5일 만에, 수사본부를 설치한 지 하루 만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사우나에서 용의자 이모(41)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 씨로부터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번 사건은 신고를 받은 경찰 지구대가 단순폭행으로 사건을 보고해 사흘 만에 범인의 얼굴과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폐쇄회로)TV 화면을 확보하는 등 늑장수사라는 비난을 샀다.

사건 발생부터 용의자 검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 사건 발생과 늑장수사 논란 = 지난 26일 오후 3시44분께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3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A(10) 양은 뒤따라온 이씨에게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 양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끌려가지 않으려 강하게 저항을 했고 급기야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뛰어나온 이웃 주민 B 씨 덕에 더 큰 화를 면했다.

이 씨는 B 씨가 계단으로 뛰어올라 오자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걸어서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빠져 나갔다.

사건 직후인 오후 3시59분 주민의 신고를 받은 대화지구대 경찰관 3명은 4분 뒤 현장에 도착해 CCTV 화면을 확인하고 1시간여 동안 A 양 부모와 함께 용의자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순찰하고 순찰차 안에서 피해자 부모의 진술을 받았다.

이들은 30여분 뒤 일산경찰서 과학수사팀에도 연락, 오후 5시께 과학수사팀 직원 1명이 나와 현장감식을 실시, 지문 1점을 채취했다.

사건은 다음날 오전 11시께 일산경찰서 형사지원팀에 단순폭행으로 사건을 보고했으며 형사지원팀은 다음날 사건을 폭력1팀에 배당, 29일 오후 3시 담당형사 1명이 현장에 와 CCTV 화면을 확보하는 데 그쳐 늑장수사라는 비난을 사게 됐다.

◇ 뒤늦은 수사본부 구성 = 경찰은 30일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자 그 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 때부터 이 씨의 CCTV 화면 사진을 담은 전단 1만장을 만들고 신고보상금 1천만원을 내거는 등 시민들의 제보와 300여명의 인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주변 탐문수사를 벌였다.

뒤늦은 수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자 경찰은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여 형사과장 등 6명을 직위해제하는 등 문책하고 어청수 경찰청장과 김도식 경기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늑장대처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범인 조기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일산경찰서를 방문해 강한 질책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 결정적인 제보와 범인 검거 = 이날 오전까지 진전이 없던 수사는 한 시민이 이 씨와 비슷한 인상착의와 CCTV 화면에 나온 것처럼 왼쪽 다리를 저는 사람이 대화역과 수서역을 자주 오고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제보로 활기를 띠게 됐다.

경찰은 사건당일 대화역 CCTV 화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범행 직후 이 씨가 대화역에서 수서행 지하철을 탔으며 수서역에서 내린 것을 확인했다.

아파트 주변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였던 수사본부는 수서역 주변까지 범위를 확대해 이날 오후 8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사우나에서 범인을 검거하게 됐다.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