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사실상 '차단'

"우리 동네에 사는 아동 성범죄자가 있는지 궁금한데 있나요?"(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민), "아뇨, 현재 아무도 없는데요"(분당경찰서 경찰관)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 2명을 둔 이모(37.회사원)씨는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이 보도된 뒤 '우리 동네에도 성범죄자가 있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에 1일 오전 관할 분당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의 답변은 "성범죄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분당지역에 아동성범죄자가 살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이 경찰관은 "개정된 '청소년 성보호법'이 발효된 2월4일 이후에 발생한 성범죄자의 법적 처벌절차가 종료된 후에나 신상정보 열람이 가능하므로 지금은 (시기적으로 빨라) 열람할 수 있는 대상자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사건과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등 일련의 아동 범죄로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동네에 사는 성범죄자가 누군지 궁금해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신원확인은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개정된 '청소년 성보호법'이 지난 2월4일 발효됐으나 열람대상자를 법 발효 이후 성범죄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은 ▲13세 미만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 ▲13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성폭력 제외) 중 재범 위험성 있는 자 ▲청소년대상 성폭력 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친권자.보호자 등)과 청소년관련 교육기관의 장(학교, 보육시설 등)이 관할 경찰서에 열람신청서를 제출하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2월4일 이후 발생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가운데 확정판결을 받아 형집행이 종료된 자에 한하므로 지금 당장 열람할 수 있는 대상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분당경찰서를 비롯해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이 발생한 일산경찰서에도 성범죄자로 등록돼 열람할 수 있는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

현재 수감된 성범죄자 중 형집행이 종료되는 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하나 신상정보 열람대상이 이전 범죄에 대해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옛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총 13차례에 걸쳐 제한적으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해 왔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는 개정된 법에 따라 경찰서에서 열람 가능한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미 한번 공개됐으므로 외부에 추가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수년 전 성범죄자는 물론 개정된 청소년 성보호법이 정한 신상정보공개 대상기간(2월4일) 직전에 출소한 성범죄자조차 주민들이 절대로 얼굴이나 주소를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외국처럼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범죄자 인권을 옹호하는) 인권보호 단체도 있다"며 "이번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내용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청소년 성보호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위원회는 그동안 성범죄 엄단을 위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강화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보이는 등 상반된 가치를 두고 두 기관이 충돌을 빚어왔다.

분당에 사는 김모(44.회사원)씨는 "성범죄는 재범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 동네에 어떤 성범죄자가 사는지 알아야 내 아이들을 지킬 것 아니냐"며 "경찰도 못 믿는 세상에 누구에게 아이의 안전을 맡겨야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