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회사원 김현정씨(28)는 말못할 고민이 하나있다. 짙은 색 정장을 입을 때마다 어깨 위로 쌓이는 하얀 비듬 때문이다.

샴푸를 바꿔보고 머리도 자주 감는 등 애를 써봤지만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지영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은 "세척 횟수와 비듬은 큰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너무 자주 감으면 수분 증발과 피지선 분비를 촉진시켜 건성비듬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비듬의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진단받은 후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성비듬과 건성비듬

비듬에는 지성비듬과 건성비듬 두 종류가 있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한 기준을 두고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비듬이 있을 때 나타나는 몇 가지 증상에 따라 지성비듬 혹은 건성비듬이라고 표현한다.

우선 지성비듬은 두피의 지루성 피부염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두피나 얼굴에 각질과 붉은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모발에 기름기가 많은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계절과 상관없이 비듬이 생기기 쉽다. 과다하게 분비된 피지의 영향으로 피부에 상주하는 곰팡이의 일종인 말라세지아균이 증식하고 여기에 몸이 반응하여 생긴 것이다. 지성비듬의 경우 두피에 땀과 먼지 등이 잘 달라붙고 모근 주위에 각질이 엉겨 기름기가 많은 누렇고 끈적이는 덩어리를 만든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탈모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건성비듬의 원인도 다양한데 지루성 피부염의 가장 약한 증상을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두피가 건조해 생기거나 아토피피부염 및 건선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건조한 날씨에 자주 머리를 감아 두피의 피지를 과다하게 제거한 경우 또는 충분히 헹구지 않아 샴푸의 잔여물이 남은 경우,뜨거운 헤어 드라이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경우 두피를 건조하게 만들어 건성비듬을 만든다. 건성비듬을 오래 방치하면 건성 비듬의 원인이 되는 지루 피부염이나 건조한 아토피피부염 건선 등이 악화될 수 있다.

비듬의 방지와 치료

우선 샴푸는 사용자의 모발이나 두피의 상태에 따라 달리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샴푸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모발 전체에 퍼지는 성질이 좋아야 하고 두피나 모발에 자극이 없어야 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고 각각의 기능도 세분화돼 있으므로 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지영 원장은 지성비듬에 맞는 샴푸로 니조랄,단가드,스티프록스,세비프록스를 꼽았으며 건성비듬용으로는 시티프록스,세비프록스,세타필,피지오겔 샴푸를 추천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제나 살리실산과 같은 의약품을 2~3주 정도 사용하고 심한 경우 복용 약을 병행해 비듬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누는 모발 상태에 맞지 않아 지나친 건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두피를 손톱으로 긁는 것은 두피에 상처를 남기게 되고 세균이 침투해 세균감염이 올 수도 있다. 지성비듬의 경우에는 린스 사용시 모근 주위의 각질이 엉겨 모공이 막힐 수 있으니 충분히 헹궈내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를 감고 잔다면 완전히 말리고 자야 한다. 두피와 모발을 젖은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비듬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헤어드라이기보다는 수건으로 두드리듯 물기를 닦고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박 원장은 "스트레스도 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해 비듬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그러나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되지만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