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ㆍ법조계 로비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가 12일 오전 삼성 특검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류봉투 1개를 지참하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로비에 관해 특검에 필요한 전반적인 자료를 준비해 왔다"고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떡값이 아니다.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차명 계좌나 차명 주식이 가능했겠느냐"며 "거대한 부패에 왜 눈을 감느냐. 본질적인 시스템이 문제다.

이번 수사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거대한 부패에 둔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출석함에 따라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등 삼성의 정.관계 및 법조계 뇌물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로부터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로비 대상 공직자였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차명계좌 개설과 비자금 관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 내용에 관해 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11월12일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대구고검장), 국가청렴위원장 등 검찰 전.현직 고위 간부가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1차 폭로'에 대한 진술도 들을 방침이다.

김 변호사는 로비 대상자들이 금품을 받은 일시와 장소ㆍ방법ㆍ횟수 등 구체적인 정황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측에 진술했으며 이 내용이 담긴 A4용지 75쪽 분량의 녹취록과 이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변호사는 전날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보수단체 회원들의 돌발 시위로 인해 출석하지 못했으며 변호인단을 통해 로비 의혹에 관한 진술서만 제출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한승 기자 zoo@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