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도입 대학 증가 추세

주요 대학들이 당초 예고대로 2009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잇따라 폐지하는 추세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강대와 한국외대, 숙명여대, 숭실대, 부산대가 정시 논술고사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2009학년도 입시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수능 등급제가 도입 1년만에 사실상 점수제로 원상 복귀하면서 정시 논술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대학들의 판단이다.

2008학년도 수능은 1~9등급으로만 성적이 표기돼 변별력이 낮았으나 올해부터는 과목별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공개돼 같은 등급 내에서도 수험생의 성적을 세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수능 등급제가 보완되면서 수능 점수의 변별력이 생겼기 때문에 정시에서는 논술고사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직 2009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들도 상당수가 정시 논술의 폐지나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한양대는 정시에서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논술을 폐지하는 대신 학생부와 수능 전형요소 반영비율을 조정할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으며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동국대도 정시 논술 폐지를 검토 중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본고사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연계 논술을 없애고 인문계에서만 정시 논술을 계속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숙명여대는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하는 대신 논술만으로 선발하는 `논술우수자' 전형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 2009학년도부터는 수시모집 규모를 확대하거나 입학사정관제를 새롭게 도입하는 대학도 늘어났다.

서강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으로 전체 정원의 62%를, 정시모집으로 38%를 각각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수시모집 비율은 지난해 입시보다 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숙명여대는 수시2학기 모집인원 비율을 지난해 40%에서 2009학년도에서는 60%로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대 등에서 시범 실시 중인 입학사정관제도 숙명여대와 부산대 등이 2009학년도 입시부터 새롭게 도입한다.

숙명여대는 새로 실시하는 `S리더십자기추천자', `논술우수자', `학생부우수자' 등 3개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의 심사를 거치기로 했다.

부산대도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의 일종인 `효원인재전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는 아직 구체적인 입시안을 확정짓지 않은 가운데 사회적 소수자나 농어촌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논술 가이드라인의 폐지에 따라 `본고사형 논술'이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학들은 가급적 과거 기준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09학년도 입시에서 너무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 방침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본고사는 치르지 않되 재검토 결과 지금과 전혀 다른 안이 나올지 비슷한 안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수시 논술고사에서 영어지문이나 풀이형 수학ㆍ과학 문제를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