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두 번째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지난 18일 청주지방법원 제1호 법정. 검사석에 앉은 한 여검사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기록을 꼼꼼히 보며 배심원들에게 할 말을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증인심문이 끝나자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여검사는 진지한 표정으로,알아듣기 쉬운 말로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최후 변론. 변호인 측은 '읍소' 작전을 펼쳤다. 피고인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지체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은 피고인의 죄가 아니고,비록 장애인인 피고인이 80대 노인을 살해했지만 정상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검사는 쐐기를 박는 한마디를 던졌다. "피고인이 지체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은 피고인의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것은 분명 피고인의 죄입니다." 재판이 수시간째 이어지면서 눈을 비비며 피곤해하던 배심원들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이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변호인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가고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대구에서 열린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감정을 파고든 변호인 측 전략에 밀린 검찰 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 여검사가 바로 청주지방검찰청의 공판검사인 조아라 검사(연수원 34기)다. 영동여고와 연대 법대를 졸업한 조 검사는 임관 3년째인 '어린 검사'. 서울중앙지검에 재직할 당시에는 최연소 검사답지 않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강단있는 수사를 해 '악명'이 높았다.

사실 조 검사는 배심재판을 위해 준비된 검사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원을 시찰하고 법무연수원에서 스피치 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지난 1월에는 청주지검에서 4주간에 걸쳐 열린 커뮤니케이션 교육 과정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또 청주지법에서 열린 모의재판마다 전담으로 참가해 실전과 같은 연습을 여러번 거치기도 했다. 조 검사는 "수사 당시부터 변호인 측이 피고인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어 배심원을 설득할 것으로 봐 대비를 했다"며 "배심원들이 사건 외적인 면에 말려들지 않도록 살인사건이라는 점을 논리적 증거들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