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이 취임한 25일이른 새벽부터 이 대통령의 가회동 자택 앞에 모여들기 시작한 주민들은 오전 9시55분께 이 대통령 내외가 자택 앞에 모습을 나타내자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했고 이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상쾌한 웃음으로 화답했다.이 대통령 내외는 자택 앞에서 남녀 초등학생 2명이 바이올린으로 즉석 환송연주를 하자 제자리에서 귀 기울여 들은 뒤 연주자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주민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가회동 통장 이병근씨(61) 부부는 "평소 이 대통령을 존경해 왔는데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골목길에 버려진 휴지도 줍고 청소도 하면서 취임식 행렬을 준비했다"고 좋아했다.가회동 대로변에서 대형 태극기를 흔들던 이영우씨(68)는 '이명박 대통령'을 여러 차례 외치며 "그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꼭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같은날 졸업장을 받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대학 졸업생들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함께 서게 된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기업체에 취업할 예정인 남은식씨(27)는 "대학 신입생 때 이명박 대통령의 특강을 들었는데 졸업식날 취임을 한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5년 동안 국정을 잘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김묘길씨(23ㆍ여)는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했던 대입 준비 시절보다 취업을 준비할 때 더 많이 힘들었고 좌절했었다"며 "새 대통령은 고용창출에 힘써서 대학생들이 다 같이 웃으며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김영호씨(25)는 "게임개발자가 꿈인데 우리나라는 공부 여건이 안 돼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문화가 강한 나라가 세계적인 나라가 될 것이므로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에도 세계적인 기반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성균관대 법학과 김병국씨(28)는 "국민이 정치상황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핏대 세우며 싸우지 않고 자신의 일만 신경 쓰고 살 수 있는 평온한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식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와 달리 모바일TV인 DMB로도 중계돼 많은 국민들이 길거리와 지하철,커피전문점 등에서 실황방송을 지켜봤다.지하철 2호선에서 만난 김인수씨(26)는 "지상파DMB로 취임식을 끝까지 지켜봤다.이념이 아니라 실용으로 국가를 이끈다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시끄럽지 않게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이나 서울역 등에서도 시민들이 대합실에 마련된 텔레비전 앞에 모여 취임식과 퍼레이드를 지켜보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서울역 대합실에서 TV로 새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던 김영민씨(40)는 "이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으로서 경제를 살려주고 국민의 기초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그늘진 곳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강남고속터미널 대합실에서 취임식을 시청하던 김계원씨(35)는 "이 대통령이 너무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일반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중소기업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교생 김모군(18)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 입장에서는 매년 오락가락하는 대입 정책 때문에 늘 불안하다"며 "새 대통령은 수험생들이 입시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시민단체들은 새 대통령에 대한 바람과 주문을 쏟아냈다.함께하는시민행동의 오관영 사무처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적,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성장의 결실과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경실련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통합적 국정운영 리더십을 통해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닌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은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였다.포항 동해안 7번 국도에서 덕실마을로 연결되는 6㎞ 구간에는 태극기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등 깃발이 만발했다.마을 입구와 7번 국도변 안내팻말도 이날 '당선인'에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흥해읍 지역발전협의회는 이날 오전 '이명박이 걸어온 길'이란 주제의 영상물 상영과 함께 관광객 등으로부터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희망 메시지를 받아 행사가 끝난 후 청와대에 전달했다.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1000명분의 떡국을 만들어 나눠주고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200인치 대형 멀티비전 앞에서 고향 출신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신경원/하인식/김동욱/박민제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