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작성 컴퓨터도 임의제출 받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정호영특별검사팀이 검찰의 `BBK 수사' 때 김경준씨를 직접 조사한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를 15일 오후 조사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김씨가 주장하고 있는 검찰의 회유ㆍ협박 의혹과 관련해 김 검사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나 서울 역삼동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6시간 가량 조사했으며 김 검사가 조서 작성 등에 사용한 컴퓨터도 임의 제출받아 살펴봤다.

특검팀이 현직 검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은 특검이 출범할 때마다 수사 검사를 불러내는 것이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반면 서면조사를 할 경우 `부실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린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조사에는 최철ㆍ이건행 특검보와 수사관, 컴퓨터 분석 전문가 등이 참석했으며 검찰이 김씨의 주장대로 먼저 형량협상, 이른바 플리바게닝이나 `이명박을 빼달라'는 딜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 검사는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협상을 시도한 적은 전혀 없다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경준씨는 검찰 수사 발표 전날 미국에 있는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를 통해 `한국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있으며,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7~10년이 될 것이라고 회유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공개, 이후 정치권에서 회유.협박 공방이 일었었다.

특검팀은 김 검사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 조사나 김씨와의 대질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16일도 ㈜다스 및 BBK 관련 계좌추적과 참고인 조사에 몰두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당선인에 대한 조사 여부와 조사 방법,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경준씨의 변호인인 박찬종.홍선식 변호사는 이날 기자실을 찾아 "특검팀이 참고인인 김경준씨가 `거짓말쟁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일부 부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흘리면서 조사는 하지 않고 여론 형성 작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변호사는 이어 정 특검을 만나 각종 의혹에 대한 김씨 본인의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한편 이 당선인, 수사 검사, 김백준.이진영씨 등 각종 관련자와 김씨의 대질조사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