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방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국을 7개 권역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세계의 유명 도시들과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7대 광역경제권 계획을 입안한 이 당선자의 핵심 참모들이 이날 좌담회에서 밝힌 발전 방안을 정리한다.

◆이동우 부국장=대선 과정에서 BBK 공방에 휘말리면서 정작 중요한 정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방 육성 방안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정책이 제시됐는지 아는 국민들이 드뭅니다.

차기 정부의 지방 육성 방안은 참여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박승환 의원=우리가 공약으로 내세운 7% 성장은 지방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따라서 지방 경제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 됩니다.

지방 육성 방안을 논의하려면 먼저 참여정부가 취한 정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른바 '균형발전'을 표방한 참여정부의 지방 육성 방안은 한마디로 수도권의 권한과 기능을 인위적으로 지방에 떼어주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정부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자체끼리 경쟁하는 '경쟁발전'을 지향하려 합니다.

이 같은 경쟁을 통해 지방은 수도권과 경쟁하는 것은 물론 세계 유명 도시하고도 경쟁하는 차원으로 나가야 합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글로컬'을 추구하자는 것이죠.

특히 지방 육성 방안은 한반도 대운하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대운하를 통해 물류 활성화와 관광 기능 등이 새로 부각되면서 지역별로 내륙 네트워크 개발의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태경 원장=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에서 제기돼온 지역발전 방안을 계획화하고 법을 제정해 실제 운영한 최초의 정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시도는 분명 인정할 만한 것이죠.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여전히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경제가 침체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박 의원의 지적처럼 지방의 자생력을 키워주지 않는 균형발전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차기정부는 '강한 지방'을 통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정구역 개념을 뛰어넘는 광역 단위의 블록화된 경제권을 설정해야 합니다.

각 행정구역별로 지방 활성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죠.실제 지금까지의 지역정책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 기존의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기획되고 추진돼 왔습니다.

현행 16개 시·도의 행정구역식 접근 방법으로는 대부분의 지역이 자립 기반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광역 지자체의 범위를 넘어서는 초광역 경제권 또는 거대 지역경제권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권과 경제권이 서로 연계되는 지역을 묶어 공동 경제구역을 조성하자는 겁니다.

미국이나 중국,일본,유럽에서도 기존의 행정구역을 넘어 인구 300만~2000만명 규모의 지역이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지역 국가(region state)' 단위로 경제권이 설정되는 추세입니다.

차기정부에서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충청권,호남권,부산.울산.경남권,대구.경북권,강원권,제주권 등 7대 권역별로 나눠 특성화된 지방 육성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부국장=7대 권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발전 방안이 있습니까.

◆박녹 간사=수도권에는 남북경협 기능과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산업기능을 재편할 계획입니다.

대전·충청권은 물류와 반도체 기능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호남권은 자동차,신재생에너지 분야와 함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남권에서는 기존 산업단지 등과 연계한 기계,항공산업 육성과 자유무역 기능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강원지역과 대구.경북권은 부품소재,바이오 등의 산업 기능을 극대화해 낙후지역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송낙헌 연구위원=지역별 특성화 전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각 지역의 도시와 농촌을 유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입니다.

우선 도시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무질서해진 데다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건강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 주도의 개발계획을 탈피하고 주민 주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리(里) 단위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 대학과 특화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겁니다.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특히 차기정부가 추진하려는 광역경제권 개발은 현재의 행정구역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행정구역을 전면 개편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상당수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데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수용한 '줄푸세' 전략에서도 이미 중앙정부의 권한과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방의 자율권이 강화된다는 뜻이죠.이는 행정구역 개편과도 궤를 같이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희수 부장=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육성 정책 못지않게 기업도시,혁신도시,행정도시 등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인 지방 육성 정책들은 어떻게 승계할 계획인지요.

◆박 의원=그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차기정부의 기본입장입니다.

또 무엇보다 국정에는 연속성이 필요합니다.

새 정부도 궁극적으로는 참여정부를 잇는 정부입니다.

이전 정부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접근 방식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식으로는 참여정부의 의도대로 지방이 살아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당선자의 시각입니다.

따라서 기존 개발계획에 추가 방안을 보완해 보다 효과적으로 지방이 활성화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행정도시에는 대덕 등 주변 과학단지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과학 비즈니스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송 연구위원=혁신도시만 해도 전국에 행정기관이 하나 내려간다고 그 지역이 활성화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그만 행정타운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많은 상황이죠.기업도시도 마찬가집니다.

기업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낙후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도구로 삼다보니 입지여건이 떨어져 기업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면적도 기업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정해놓은 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굴지의 기업은 기업도시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조성되면서 땅값만 올려놓고 있는 형국이지요.

결국 참여정부의 방식처럼 단순히 수도권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나눠 지방에 분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도시나 지방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노력이 지방 활성화를 위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기업도시,혁신도시,행정도시 등도 자생력을 더 갖추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상직 의장=그동안 지방에서는 지식인과 지방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 포럼을 만들어서 지역 현안과 발전 방안들을 꾸준히 논의해 왔습니다.

현재 14개의 지방 포럼이 운영되고 있는데,참여 인원만 해도 150여명에 이릅니다.

한나라당에서 만든 '7대 권역별 지방 육성 방안'도 이 포럼에서 제기된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반영돼 있습니다.

앞으로도 포럼을 중심으로 각종 지역 현안과 발전 방안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